지정학적 위험과 유가 반응
예멘의 후티(무장 단체) 세력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해상 요충지) 주변 위험이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폐쇄된 상태이며, 평소 전 세계 원유 소비의 약 21%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골드만삭스는 이로 인한 위험 프리미엄(전쟁·봉쇄 위험이 가격에 추가로 붙는 부분)을 배럴당 14~18달러로 추산했다. 3월 초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정상 운송량 대비 하루 1,780만 배럴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라크가 외국계가 운영하는 유전에서 ‘포스 마쥬르(불가항력: 전쟁·재난 등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공식 선언)’를 적용한 점도 공급 차질을 키웠다. OPEC+(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는 2026년 3분기 전까지 증산이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으며, 4억 배럴 규모의 긴급 방출(국가 비축유를 시장에 푸는 조치)로도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브렌트유가 단기적으로 95달러를 웃돈 뒤, 분쟁이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통되면 3분기 80달러, 연말 70달러 안팎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WTI는 3월에 약 48% 급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18일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고 2026년 한 차례 인하를 시사했다. 다만 CME FedWatch(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으로 금리 전망을 계산하는 지표)는 2026년 남은 기간 금리 인하가 없을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4월 회의에서 동결 확률을 80%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연장 뒤 4월 6일을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시한으로 제시했다. 카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처리하는 핵심 거점이다. 골드만삭스는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브렌트유가 2008년 고점(배럴당 약 147달러)을 시험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번 주 수요일 발표될 EIA 주간 재고 보고서는 지난주 증가(재고가 쌓임) 이후 120만 배럴 감소(드로다운: 재고가 줄어듦)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WTI가 100달러 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핵심 변수는 변동성(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정도)이다. 이는 CBOE 원유 변동성 지수(OVX: WTI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계산한 ‘원유 시장의 공포지수’)가 55를 웃도는 데서 확인된다. 이는 과거 기준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극단적으로 크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파생상품(원자재·주식 등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만든 금융상품) 투자자 입장에서는 옵션 프리미엄(옵션 가격)이 매우 비싸 콜·풋(콜은 상승, 풋은 하락에 베팅하는 옵션)을 단순 매수하는 전략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워싱턴과 테헤란발 헤드라인 위험(뉴스 한 줄에 가격이 급변하는 위험)은 옵션 시장에서 ‘양(+)의 스큐(상승 쪽 보험이 더 비싸지는 구조)’를 키우고 있다. 즉, 현재 가격에서 같은 거리의 옵션을 비교하면 상승에 베팅하는 콜 옵션이 하락에 베팅하는 풋 옵션보다 훨씬 비싸다. 시장이 급락보다 급등 가능성을 더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이런 스큐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WTI가 120달러 쪽으로 급등하기 직전에도 나타난 바 있다.높은 변동성 국면의 거래 접근
다가오는 4월 6일 시한은 대표적인 ‘이분법 이벤트(결과에 따라 가격이 크게 한쪽으로 움직이는 사건)’다. 외교적 타결이 나오면 배럴당 14~18달러로 추정되는 전쟁 프리미엄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카르그섬이 공격받으면 115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옵션 비용이 높은 만큼, 수직 스프레드(만기·기초자산은 같고 행사가만 다른 옵션을 함께 매수·매도해 비용을 낮추는 구조)인 불 콜 스프레드(상승 전망)나 베어 풋 스프레드(하락 전망)를 활용하면 방향성은 가져가되 손실 한도를 정하고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시장에서 상당한 물량이 빠졌고, 전략비축유 방출만으로는 해결되지 못했다. 과거를 보면 2019년 3분기 사우디 시설 피격 이후에도 공급 충격이 있었고, 당시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약 20% 급등(갭 상승: 장 시작 가격이 전날 종가보다 크게 뛰는 현상)했다. 다만 이번 차질은 더 오래, 더 큰 규모로 이어지고 있어 유가의 ‘기초 체력(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을 강화하고 있다. 거시 환경도 함께 봐야 한다. 연준은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유가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 때문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CME FedWatch가 2026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낮게 반영하면서, 고유가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2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고용이 9만2,000명에 그친 점은 경제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조심스럽게 균형을 맞추려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수준(차트에서 과거 매매가 몰려 지지·저항으로 작동하는 가격대)을 장중 포지션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간 차트에서는 95~96달러 구간에 강한 지지선(하락을 막는 가격대)이 있다. 분쟁의 근본적 해결 없이 조정이 나올 경우, 풋 옵션 매도(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하락 위험을 부담) 또는 강세 포지션을 고려할 수 있는 구간이다. 101달러 위에서 일일 종가가 확실히 형성되면, 시장이 4월 6일을 앞두고 외교 실패 가능성을 가격에 더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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