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위원회(WGC)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금괴 가격이 120% 이상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2026년에도 금 매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월 5일부터 5월 1일까지 진행된 2026년 중앙은행 금보유고(CBGR) 설문조사에서 준비자산 운용 담당자의 45%는 향후 12개월 동안 자국의 금 보유량이 증가할 것으로 답했으며, 54%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1%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별도로 응답자의 89%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중앙은행의 총 금 보유고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WGC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금 매입은 연평균 1,000톤 수준으로, 그 이전 10년의 연평균 500톤을 크게 웃돌았다. 설문조사는 금 보유고 운용의 핵심 동인으로 금리 결정이 가장 크게 작용하며, 그 다음으로 지정학적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뒤를 잇는다고 밝혔다. 보유 동기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90%가 “위기 시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84%는 “가치 저장 수단” 역할을, 83%는 “포트폴리오 분산” 특성을 이유로 들었다. 달러(USD) 배분과 관련해서는 74%가 향후 5년 내 글로벌 준비자산 내 달러 보유 비중이 “완만하게 감소하거나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유로(EUR)와 위안(RMB) 비중은 대체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중앙은행 매수와 전략적 시사점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 가격대 아래에는 강력한 ‘바닥’이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가격에 덜 민감한(비탄력적) 수요가 꾸준히 유입된다는 의미로,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외가격(OTM) 풋옵션 매도 등을 통해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안정성을 활용한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
이 같은 시각은 최근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2026년 1분기에 순매수 기준 290톤을 추가했는데, 이는 연초(1분기) 기준 역대 가장 강한 출발로 평가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금 보유량을 20개월 연속 늘린 것으로 전해지며, 이는 장기 전략을 명확히 보여주는 신호다. 이러한 지속적 축적은 금 가격에 강력한 우호적 여건(테일윈드)으로 작용한다.
거시 동인, 달러 다변화, 그리고 트레이딩 전술
핵심 동인으로 꼽힌 지정학적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2026년 5월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가 전망치를 소폭 상회한 3.1%로 집계되면서, 헤지 수단으로서 금의 매력도는 재차 강화되고 있다. 이는 안전자산 수요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는 콜옵션 매수 같은 강세 전략에 우호적 환경이다.
또한, 준비자산 운용 담당자의 다수가 향후 5년 내 달러 보유 비중을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은 금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관들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금은 다변화의 핵심 수혜 자산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에서 이탈하는 구조적 흐름은 장기 강세 논리를 강화한다.
올해 초 강한 랠리 이후 금 가격은 조정·횡보(콘솔리데이션) 국면에 들어섰는데, 이는 건강한 ‘기반 다지기’ 과정으로 해석된다. 이 가격 흐름은 2009~2011년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 매수가 수년간의 강세장을 견인했던 시기와 유사하다. 향후 수주 내 현 박스권에서의 상방 이탈(브레이크아웃)을 예상하는 트레이더라면 금 선물 롱 포지션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