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료 가격은 대부분 국가에서 도로변 주유소에 크게 표시되기 때문에 눈에 잘 띈다. 미국에서는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약 3.785리터)당 4달러를 넘으면 ‘국가적 위기’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영국의 자동차 연료 수요는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보다 3.5% 낮다. 영국의 주행량도 2019년 대비 0.8% 줄었고, 연비 개선(같은 거리에서 연료를 덜 쓰는 성능)과 전기차(EV·배터리로 움직여 휘발유를 쓰지 않는 차량) 확산 영향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수요가 구조적으로 약해졌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연료 판매량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2015년보다는 여전히 낮다. 독일과 프랑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이 글은 이러한 흐름을 소비자 행동 변화와 연결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점이다. 또한 정책 선택지로, 연료 가격을 보조금으로 낮출지(정부가 비용 일부를 대신 부담) 아니면 가격 상승을 허용해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되 다른 방식으로 가계를 지원할지(현금 지원, 세금 감면 등)를 제시한다.
미국 휘발유 가격이 다시 갤런당 ‘4달러’에 근접하면서, 소비 위기라는 익숙한 언론 서사가 반복되고 있다. 다만 자동차 연료의 기초 수요 자체가 과거보다 구조적으로 약해져, 시장이 가격 충격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이는 심리(분위기)에 의해 나타나는 가격 급등이 과거 사례만큼 크게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미 정부의 에너지 통계 기관) 최근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6년 3월 보고서에서 미국 휘발유 수요는 팬데믹 이전 물량을 뚜렷하게 웃돌지 못하고 있으며, 2015년 수준도 밑돈다. 유럽에서도 2025년 내내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고, 영국과 독일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부진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이어지는 수요 약세는 과도한 낙관(상승 기대)을 경계하게 한다.
트레이더에게 의미하는 바
이 변화는 효율이 더 좋은 차량과 전기차 보급 확대 같은 ‘지속적’인 소비 습관 변화가 이끌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의 신규 승용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15%를 넘었다. 이는 불과 2년 전인 2024년 초의 9% 점유율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전기차 한 대가 늘어날 때마다 향후 휘발유 수요는 그만큼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트레이더(단기 매매 참가자) 입장에서는 향후 몇 주간 원유 및 휘발유 선물(미래 인도 가격을 미리 정하는 거래) 급등 구간에서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또한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매수는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때를 대비하는 보호 수단(헤지)으로 활용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핵심은 시장 가격이 소비자의 연료 사용에 대한 ‘과거 가정’에 기대고 있는 구간을 찾는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정치적 대응이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발언이 강해질 수 있다. 2022년과 2024년 가격 급등기처럼 주유 가격 보조금(소비자 판매가를 낮추기 위한 지원)이나 전략비축유 방출(정부가 쌓아둔 석유를 시장에 풀어 공급을 늘림)이 나오면 단기적으로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발표가 가격 상단을 인위적으로 누르거나, 일시적으로 소비를 떠받칠 가능성이 있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