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FG 애널리스트들은 터키 국내 정치 불안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수출 가격 대비 수입 가격 비율) 악화가 대외 건전성을 약화시키면서, 미 달러 대비 터키 리라(TRY)의 하방(가치 하락)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외환보유액(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 등 외화)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어, 리라가 더 빠르게 떨어지거나 한 번에 크게 평가절하(정부·중앙은행이 환율을 한 단계 낮추는 조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2월 말 이란과 미국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한 이후 최근 몇 달간 리라 약세(환율 상승)가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3월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든 뒤 지난 한 달간은 다소 안정됐지만, 지난주 정치 악재 이후 다시 부담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특히 터키 중앙은행(CBRT)이 리라 방어에 투입할 ‘실탄’(시장 개입에 쓸 외화)이 줄었다고 봤다. 국내 정치 압력과 중동 분쟁 격화 가능성, 에너지 가격 충격이 이어지면 외환보유액 감소가 매도세를 키워 연말 달러/리라(USD/TRY)가 50.5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MUFG는 전망했다.
리라에 쌓이는 경제·정치 압력
향후 몇 주 동안 터키 리라가 미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위험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에너지 수입 비용 부담이 겹치며 국가 재정과 대외수지가 압박받고 있다. 현재 USD/TRY는 46.20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환율이 더 오를 압력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외환보유액이다. 중앙은행이 환율을 방어할 힘이 약해졌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순외환보유액(외환보유액에서 단기 외화부채 등 의무를 뺀 값)이 -650억달러로,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의미 있는 시장 개입이 어렵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리라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또한 고물가가 이어지며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 2026년 4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78%로 집계됐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95달러 안팎에서 유지되면서 터키의 에너지 수입 대금이 늘고 경상수지 적자(수출입·서비스·소득 거래를 합친 대외수지의 적자)가 확대된다. 이는 달러 수요를 계속 만들며 리라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의 대응
투자자 입장에서는 파생상품(기초자산 가격에 연동되는 금융상품)을 활용해 리라 약세에 대비하는 전략이 가장 직접적일 수 있다. USD/TRY 콜옵션(특정 가격에 달러를 살 권리)을 매수하면 리라 급락 시 수익을 노리면서도, 손실은 옵션 프리미엄(옵션 가격)으로 제한되는 방식이다.
USD/TRY 옵션의 내재변동성(옵션 가격에 반영된 예상 변동 폭)은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 불안을 반영한다. 프리미엄이 높아졌더라도, 갑작스러운 큰 폭의 평가절하 위험을 고려하면 옵션 보유가 방어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과거에도 2023년 선거 전후처럼 변동성이 급등한 뒤 환율이 크게 움직인 사례가 있었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USD/TRY가 50.500 수준으로 빠르게 올라갈 위험이 커졌다. MUFG는 3~6개월 만기의 옵션(만기까지 남은 기간)을 검토할 만하다고 봤다. 시장 환경은 급격한 약세 또는 한 번에 큰 폭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