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USD는 지난해 6월 이후 유지돼 온 1.1400~1.2000 박스권(일정 범위 안에서 오르내리는 흐름) 가운데로 다시 되돌아왔다. 이 통화쌍은 중동 분쟁 여파로 한때 하락했던 흐름을 되돌린 뒤 4월 17일 1.1849까지 올랐다.
지난주 EUR/USD와 EUR/GBP는 각각 1.1700과 0.8700 아래로 내려갔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국가들) 경기지표인 PMI(구매관리자지수: 기업 설문으로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가 약하게 나온 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겹친 결과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위한 미국-이란 협상은 진전이 없어 항로가 닫힌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에너지 가격 급등(에너지 가격 충격)이 유로존 경제에 주는 악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CB(유럽중앙은행)는 유로존 경제에 대해 기본·부정·심각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ECB 총재는 현재 상황을 기본과 부정 사이로 평가하면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이 부정 시나리오 수준까지는 오르지 않았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기본 시나리오 수준보다 낮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ECB가 금리를 총 50bp(베이시스포인트: 0.01%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되, 첫 인상 시점은 6월로 미뤄질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Fed(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정책 방향 차이(통화정책 엇갈림)를 의미한다. 다만 미·유럽 금리차(국채 수익률 차이)가 줄어든 점은 유로를 받쳐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렸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지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홍해 해상 운송 차질로 유가가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서며, 에너지를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유로존 경제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한 2026년 1분기 독일 공장 주문(제조업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도 0.8% 감소해 2025년에 봤던 경기 약세와 닮은 모습이다.
2025년 봄, 호르무즈 해협 위기 이후 비슷한 에너지 충격이 발생했을 때 EUR/USD가 1.1800 위 고점에서 밀려났던 점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 중동 지정학 리스크(정치·군사 갈등이 시장에 주는 위험)가 커지자 유로가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후 유로존 PMI도 약해졌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에너지 가격 급등이 오래 이어질수록 유로존이 미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 경향이 있다.
옵션 포지셔닝과 변동성
ECB는 2025년처럼 신중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에도 첫 금리 인상을 6월로 미룬 바 있다. 현재 시장 가격에는 ECB의 다음 금리 인하(금리 내릴 가능성) 예상 시점이 4분기 말로 늦춰진 반면, Fed는 매파적(금리 인하에 소극적이고 긴축을 선호)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 반영돼 있다. 이런 정책 차이는 유로에 부담이다.
파생상품(원자산 가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금융상품) 투자자 입장에서는 EUR/USD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되 하락 쪽(하방)으로 더 기울 수 있다는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현재 흐름은 2025년과 비슷하지만, 미-독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두 나라 국채 수익률 차이)가 160bp로 벌어져 과거보다 유로를 받쳐주는 힘이 약하다. 1.0950 위 행사가(옵션을 살 때 미리 정해둔 거래 가격)를 둔 콜옵션(상승에 베팅하는 옵션) 매도는 상단이 막힐 때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EUR/USD 1개월 내재변동성(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변동성 예상치)은 최근 몇 주 사이 6%에서 7.5%로 올랐다. 스트래들(같은 행사가로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수하는 전략: 어느 쪽이든 크게 움직이면 이익 가능)은 환율이 위아래 어느 방향으로든 크게 움직일 경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