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유럽중앙은행)와 BoE(영국 중앙은행)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17일(현지시간) EUR/GBP는 약 0.16% 하락했다. 환율은 장중 고점 0.8670을 찍은 뒤 0.8644 부근에서 거래됐다.
ECB는 예금금리(Deposit Rate·은행이 ECB에 초과 유동성을 맡길 때 적용되는 금리)를 2%로 유지했다. 유로스타트(Eurostat·유럽연합 통계기구)에 따르면 4월 HICP(조화소비자물가지수·EU가 국가 간 비교를 위해 기준을 맞춘 물가 지표) 물가상승률은 2.6%에서 3%로 올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결정이 만장일치였다고 밝혔지만, 이란 관련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도 내부에서 논의됐다고 말했다.
Market Pricing And Growth Signals
금리선물 등 머니마켓(단기금리 거래 시장)은 올해 남은 기간 25bp(베이시스포인트·0.01%포인트) 금리 인상 3회에 가까운 경로를 반영하고 있다. 유로존 GDP(국내총생산·한 나라/지역의 생산 규모)는 1분기 전기 대비 0.1% 성장해 예상치 0.2%를 밑돌았다.
BoE는 8대 1 표결로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했으며, 수석 이코노미스트 휴 필(Huw Pill)만 인상을 주장했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지 더 뚜렷한 증거를 기다릴지, 선제적으로 대응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고, 스왑(swap·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파생상품) 시장이 반영한 2회 인상 전망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일정에서 유로존 주요 지표는 많지 않은 반면, 영국은 휴 필의 연설에 관심이 쏠린다. EUR/GBP는 0.8637 부근이며 14일 RSI(상대강도지수·가격 상승/하락의 힘을 0~100으로 나타내 과열·침체를 가늠하는 지표)는 34.7을 기록했다. 저항선(가격이 올라갈 때 막히기 쉬운 구간)은 0.8686과 0.8704 부근으로 제시됐다.
2025년 초를 되돌아보면, 시장은 ‘매파적’(hawkish·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을 선호)인 ECB와 내부 의견이 갈린 BoE 사이의 긴장 속에 있었다. ECB는 금리를 2.0%로 유지하면서도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BoE는 3.75% 동결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어느 중앙은행이 더 단호하게 움직일지가 변수였다.
How The Divergence Played Out
ECB의 매파적 신호는 이후 움직임과 맞아떨어졌다. ECB는 2025년 9월까지 예금금리를 세 차례 올려 3.0%로 끌어올렸다. 이는 유로존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에너지·식품처럼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이 쉽게 꺾이지 않고 상반기 내내 4.5% 위에서 버틴 데 따른 판단으로 설명됐다(유로스타트 기준). 라가르드 총재의 경고성 발언은 향후 정책 행동을 예고한 신호로 해석됐다.
BoE도 긴축(금리 인상 등으로 통화량을 줄이는 정책)에 나섰지만, 움직임이 더뎠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영국 물가가 여름까지 6%를 웃돌았는데도 2025년 8월 기준금리는 4.5%에 그쳤다. 2025년 초 8대 1 표결은 ‘지표가 계속 강하게 나오면서 마지못해 인상에 나서는’ 중앙은행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서였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의 방향 차이(정책 디버전스·divergence)가 트레이더가 활용할 만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런 차이는 EUR/GBP가 0.8640 부근에서 바닥을 다진 뒤 완만한 상승 흐름으로 돌아서게 했고, 앞서 언급된 0.8704 저항선을 넘어서 2025년 3분기에는 0.8750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데 영향을 줬다. 핵심은 ‘더 명확하고, 내부 결속이 강한 매파 메시지’를 낸 중앙은행 쪽 통화가 더 강한 흐름을 만들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