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강세와 REER 흐름
스위스프랑은 명목환율(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환율) 기준으로 새로운 고점 수준에 가까워졌지만, REER은 지난 2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SNB가 일정 수준의 명목상 프랑 강세를 허용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SNB는 다음 주 회의에서 정책 전환 신호를 주기보다 변동성(가격이 빠르고 크게 흔들리는 정도)을 낮추는 전술적 조치에 집중할 수 있다. 거론되는 선택지는 SNB가 발행한 단기 채권을 되사 부채를 줄이거나, 환매조건부거래(Repo·국채 등을 담보로 단기 자금을 빌리고 다시 사들이는 거래)를 만기 연장하지 않는 방식이다. 명목환율 움직임이 과도할 경우(예: 한 거래일에 큰 폭으로 급등락) 시장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 개입 목적은 특정 환율 수준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따른 급격한 변동을 완화하는 데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이맘때인 2025년 3월에도 SNB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스위스프랑에 안전자산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당시 핵심 목표는 물가 안정을 해칠 수 있는 급격한 프랑 절상(통화 가치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었다.트레이더와 변동성에 대한 시사점
SNB의 ‘강한 프랑’에 대한 용인 범위는 REER 흐름에 의해 뒷받침돼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2026년 2월 기준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약 2.4% 수준인 반면 스위스 소비자물가지수(CPI·가계가 구매하는 상품·서비스 가격의 평균 변화)는 약 1.3%에 머물면서 물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통화가 실질 기준으로 과대평가(물가를 반영한 경쟁력 기준에서 비싸지는 상태)되지 않는 한, SNB는 명목상 프랑 강세를 받아들일 여지가 커진다. 돌이켜보면 2025년 SNB의 대응은 특정 환율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 변동을 누르는 전술적 조치였다. 2025년 2분기 일부 거래일에 EUR/CHF(유로/스위스프랑)가 장중 급격히 움직였지만 빠르게 진정된 사례가 있었다. 이는 SNB가 ‘마지노선’을 방어한다기보다 변동성 완충 장치로 작동한다는 해석을 강화한다. 향후 몇 주간 트레이더 입장에서는 프랑의 급격하고 무질서한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개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런 ‘암묵적 안전판’은 단기 변동성 매도 전략(옵션 등에서 변동성 하락에 베팅)이 매력적일 수 있다. 특히 EUR/CHF 1개월 내재변동성(옵션 가격에 반영된 시장의 예상 변동성)이 4.8%로, 2025년 초 불안정 국면에서 7%를 웃돌던 고점 대비 낮아진 상태다. 따라서 박스권(가격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는 흐름) 또는 프랑의 완만한 절상에 유리한 파생상품(옵션·선물 등 기초자산에서 파생된 금융상품)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 예를 들어 EUR/CHF나 USD/CHF(달러/스위스프랑)에서 외가격(out-of-the-money·현재 가격에서 멀리 떨어진 행사가격)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면 프리미엄(옵션 매도자가 받는 대가)을 확보하면서, SNB가 급격한 변동을 막으려는 성향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최대 위험은 중앙은행의 전술적 대응을 넘어설 정도의 대형 돌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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