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생산자물가지수(PPI)가 3월에 전년 대비 3.8%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는 4.2%였다.
이번 수치는 예상보다 낮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빼고 기업이 물건을 만들거나 유통할 때 받는 가격 변화(근원 PPI)를 뜻한다.
근원 PPI, 물가 둔화 신호
예상치를 하회한 3.8% 근원 PPI는 물가(인플레이션) 압력이 꺾이기 시작했다는 초기 신호로 해석된다. 쉽게 말해 ‘물가가 잘 안 내려가는 상황(고착화된 인플레이션)’이라는 기존 시각에 제동을 건다. 이런 생산자 단계의 물가 둔화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시간이 지나 반영될 수 있어, 향후 CPI가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수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망도 바꾼다. ‘매파적 기조(금리 인상·긴축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완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피벗)’이 올해 하반기에 더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2022년에는 생산자물가가 높은 수준을 오래 유지한 뒤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반대 흐름이 나타난 만큼 의미가 크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고, CME 그룹 자료에 따르면 9월 금리 인하 확률이 발표 후 35%에서 약 60%로 뛰었다.
금리 시장에서는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에 맞춘 전략이 부각된다. 미 국채 선물(향후 국채 가격을 거래하는 상품)은 강세(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어, ZN(미국 10년물 국채 선물)이나 ZB(미국 30년물 국채 선물)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매수가 수익 기회가 될 수 있다. SOFR 선물(담보부 하룻밤 금리인 SOFR을 바탕으로 한 금리 선물)에서는 ‘외가격(out-of-the-money) 콜옵션 매도’로 금리 고점 통과 전망을 표현할 수도 있다. 외가격이란 현재 가격에서 멀리 떨어져 당장 이익이 나기 어려운 행사가를 뜻한다.
주식시장에서는 물가 둔화가 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하며, 특히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성장주에 긍정적이다. 나스닥100과 S&P500 파생상품(지수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선물·옵션 등)에서는 콜 스프레드(콜옵션을 사고 다른 행사가의 콜옵션을 파는 조합)로 상승 노출을 확보하는 방식의 매수 전략이 거론된다. 변동성지수(VIX)는 이번 소식 이후 12% 하락해 14.5까지 내려왔는데, 이는 공포가 줄면서 변동성 매도(가격 급변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판단으로 옵션 프리미엄을 받는 전략)를 검토할 여지가 있음을 뜻한다.
달러 약세와 환율 시장 포지셔닝
Fed 전망 변화는 달러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달러인덱스(DXY·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핵심선으로 여겨지는 104 아래로 내려가며 연중 저점 수준을 시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 엔화 등 달러 대비 외국 통화 강세에 베팅하는 전략(예: 해당 통화 콜옵션 매수)이 가능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