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페르시아만 동맹국들의 요청에 따라 이란에 대한 타격을 철회했다고 밝힌 뒤, 화요일 이른 시간 하락했다. **근월물(가장 먼저 만기가 도래하는 계약)**은 한때 배럴당 101달러 부근에서 거래된 뒤 반등했으며, 1.30% 상승한 103달러 위에서 마감했다.
유럽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보류’가 아니라 ‘지연’이라고 설명하며, 다음 결정을 2~3일 내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란 외교차관은 이란이 군사적 공격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공급 충격
호르무즈 해협은 분쟁의 작전 단계가 5월 5일 종료된 뒤 2주가 넘도록 사실상 봉쇄 상태가 이어졌다. **유조선 운항(탱커 트래픽)**은 하루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전쟁 이전에는 하루 120척 이상이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7월까지 해협이 열리지 않으면 파병(배치)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공급 차질 전망에 사실상의 시한을 더했다.
API(미국석유협회)는 원유 재고가 91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340만 배럴 감소였다. 전주 수치는 218만8,000배럴 감소였고, 이번 차질은 전 세계 시장에서 하루 약 1,000만~1,200만 배럴이 빠져나가는 수준으로 설명됐다.
WTI는 **50일 지수이동평균(EMA·최근 가격에 더 큰 가중치를 주는 이동평균)**과 **200일 EMA(장기 추세를 가늠하는 이동평균)** 위에서 거래됐다. 차트상 주요 가격대는 108달러와 3월 고점(113달러 이상)이 거론됐다.
기술적 레벨과 시장 환경
현재 흐름은 2025년 호르무즈 위기 당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WTI는 긴장 완화 소문에 101달러 부근까지 급락했다가, 강경 발언(매파적 발언)과 대규모 재고 감소로 몇 시간 만에 103달러 위로 급반등했다. 이는 수급이 빠듯한 시장에서는 단기 뉴스보다 실질 공급 여건이 가격을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정학적 긴장은 지난해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에서 나타났던 ‘치킨게임식 대치’의 반복 양상이다. 전술적 지연과 맞불성 발언이 이어지며 가격에 **리스크 프리미엄(지정학·공급 차질 위험이 반영된 추가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2025년의 교훈은 유조선 운항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긴장 완화 논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었고, 이는 현재 홍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홍해에서는 하루 선박 통과량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한 상태다.
기초 여건도 빠듯해지고 있다. EIA(미국 에너지정보청)의 2026년 5월 15일 기준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 재고는 250만 배럴 감소했다. 시장은 소폭 증가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4월 이후 감소 흐름이 이어지며, 우회 운송된 공급보다 글로벌 수요가 더 빠르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는 지난해 위기 때 API 수치가 충격을 준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가격 상방이 우세하다. WTI는 50일 이동평균 위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50일 이동평균(당시 90달러 부근)이 하락 시 강한 지지선 역할을 했고, 지금은 82달러 부근에서 비슷한 구조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이 지지가 유지되는 한, 최근 고점인 90달러 부근 재시험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2025년처럼 108달러를 향한 추가 상승 전개도 배제하기 어렵다.
**파생상품(선물·옵션 등 가격이 기초자산에 연동되는 상품)** 투자자에게는 정치적 소음만으로 추세를 거스르는 베팅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의미 있는 하락 촉발 요인은 주요 해상 운송로가 재개되는 ‘확인된’ 합의인데, 아직 그런 신호는 없다. 따라서 **옵션(정해진 가격에 살 권리·팔 권리)**을 활용해 높은 변동성과 상방 가능성에 대비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 현재는 평화적 타협에 대한 기대보다, 이미 현실화된 수급·지정학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