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이 지난주 하락한 뒤 월요일 반등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2달러를 다시 넘어섰고, WTI(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는 100달러를 웃도는 약 103달러까지 올라 장중 둘 다 수%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주간 기준 신규 고점을 찍었고, WTI는 4월 말 고점인 107달러 부근은 아직 밑돌았다. 가격은 2월 말 충돌이 시작된 이후 약 50% 상승했다.
걸프 지역 확전 위험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12발, 순항미사일 3발, 드론 4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푸자이라(Fujairah) 석유 허브에서 발생한 화재는 드론 공격과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을 확대했다. 이는 유도미사일 구축함(미사일로 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구축함)과 항공기·무인 플랫폼(드론 등 사람 없이 운용하는 장비) 100여 대를 동원해 중립 상선(분쟁과 직접 관련이 없는 상업용 선박)을 호위하는 작전이다. 이란은 미국에 호르무즈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항만에 적용 중인 봉쇄(선박 출입·물류를 막는 조치)를 해제하는 대가로 해협을 재개하겠다는 이란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 봉쇄는 더 큰 범위의 핵 합의(핵 프로그램 전반을 포괄하는 합의)가 나올 때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만삭스는 해협 봉쇄와 공격으로 전 세계 공급에서 하루 약 1,450만 배럴이 사라졌다고 추산했고,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이를 사상 최대 원유 공급 차질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4월 수요가 2월 대비 하루 최대 360만 배럴 낮았을 수 있다고도 봤는데, 항공유(비행기 연료)와 석유화학(원유를 원료로 플라스틱·화학제품을 만드는 산업) 수요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시장 포지셔닝과 수요 부담
지난해 봉쇄로 인한 대규모 공급 차질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글로벌 재고가 빠듯한 상태다. 미국 SPR(전략비축유·정부가 비상시에 쓰려고 비축한 원유)은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 향후 가격 급등 시 미국의 완충 여력이 제한적이다. OPEC+(OPEC에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참여한 협의체)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증산을 자제해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파생상품(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계약) 시장에서는 내재변동성(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가격 변동 예상치)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스트래들(콜옵션·풋옵션을 같은 가격에 동시에 사 가격이 크게 움직이면 수익을 노리는 전략) 같은 옵션 전략이 가격 급등락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브렌트-WTI 스프레드(두 유종 가격 차이)는 2025년 초기 공급 충격 때 크게 벌어진 뒤 현재도 핵심 거래로 남아 있다. 중동 긴장이 재점화되면 해상 운송 원유 가격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이 가격 차이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수요 측면의 약세도 점검해야 한다. 높은 에너지 비용이 1년간 이어지면서 수요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최근 물가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에너지 영향으로 4%를 웃도는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 활동을 서서히 둔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 유가 상승이 제한돼 지나치게 강한 상승 베팅에는 위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