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연료 보조금(정부가 연료 가격 일부를 지원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제도)과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특정 국가·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조달 전략)로 유가 상승이 물가와 성장에 미치는 영향(가격 전가)을 억제해왔다. 다만 해외 자금 유입(자본 유입)이 약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압력은 인도 루피(INR·인도 통화)로 옮겨갔다. 인도의 대외수지(해외와의 거래에서 벌어들이는 돈과 지출의 균형)는 ‘위기’라기보다 ‘약화’ 국면으로 평가되지만, 통화 가치는 경상수지(상품·서비스·소득·이전거래를 합친 나라의 기본적인 외화 수지) 흐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크게 하락했다. ING는 2026년 경상수지 적자(수입이 수출보다 많아 외화가 순유출되는 상태)가 2025년 약 0.5%에서 2026년 국내총생산(GDP·한 나라가 1년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의 합) 대비 약 2.1%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유가 상승 영향이 크며, 브렌트유(북해산 원유로 국제 유가의 기준) 3분기 평균이 배럴당 104달러 수준이라는 가정에도 불구하고 적자 폭은 GDP 대비 약 2%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이는 2013년 ‘테이퍼 탠트럼’(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신호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간 충격) 당시 평균 4%를 넘었던 수준보다 낮다.
국내 여건 조정은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되며, 소비자물가지수(CPI·가계가 구입하는 대표 품목 가격을 묶어 산출한 물가 지표) 상승률은 평균 2.5%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실질실효환율(REER·물가 차이를 반영해 여러 교역 상대국 통화 대비 종합적으로 계산한 ‘실질’ 환율)은 12% 넘게 하락해 2014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루피는 최근 6년 REER 범위의 하단에 근접해 있다. 인도중앙은행(RBI) 외환보유액(위기 시 환율 방어 등에 쓰는 외화 자산)과 개선된 REER 지표는 2026년 후반 달러/루피(USD/INR·달러 대비 루피 환율)가 안정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ING는 연말 USD/INR을 95.50으로 전망했다.
루피 약세 요인과 대외 리스크
루피에 대한 부담은 경제 위기 자체가 아니라 해외 자금 흐름(자본 흐름) 약화에서 나온다.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자(FPI·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는 3개월 연속 순매도(사들이는 것보다 파는 것이 많은 상태)를 기록했으며, 2026년 5월 한 달에만 인도 시장에서 40억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 압력으로 USD/INR은 94.20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2달러 부근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경상수지 적자 폭은 확대되고 있지만, 상황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다. 우리는 올해 적자가 GDP 대비 2.1%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는 2013년 테이퍼 탠트럼 당시 4%를 넘었던 수준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이는 루피 약세가 심각한 불균형(지속 불가능할 정도의 큰 적자)보다는 시장 심리(투자자 불안으로 인한 과도한 움직임) 영향이 더 크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