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유럽장 초반 EUR/GBP는 0.8665 부근으로 상승했다. 영국의 정치 불안으로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시장은 이날 늦게 발표될 독일·유로존 ZEW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ZEW 조사는 독일 민간 연구기관이 내놓는 경기심리 설문(경기에 대한 투자자·전문가의 기대를 수치로 표시)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큰 폭의 의석을 잃은 뒤, 사임 시점을 정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스타머는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국채 금리(길트 금리)도 파운드화에 부담을 줬다. 길트는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뜻한다.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기대(금리 인상 등으로 돈줄을 조이는 정책)로 지지를 받았다. ECB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정책위원회(금리 결정을 맡는 회의체) 위원인 마르틴 코허는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좋아지지 않으면 금리 인상을 미룰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CB 집행이사회(중앙은행 집행부) 위원인 이자벨 슈나벨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해 기업과 가계가 우려스러운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6월 회의에서 0.25%포인트(25bp) 인상 가능성을 92%로 반영했으며, 2026년 말까지 총 3차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우리는 EUR/GBP가 0.8665를 향해 오르는 흐름을 확인하고 있다. 영국은 스타머 총리를 둘러싼 정치 불확실성으로 파운드화가 약세인 반면, 유로존은 ECB가 금리 인상에 강한 태도를 보이면서 유로화가 강세다. 두 통화의 엇갈린 방향성이 상승 추세를 만들고 있다.
노동당은 5월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카운슬) 의석 450석 이상을 잃었다. 이런 정치 불안은 채권시장에도 반영돼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3%까지 올라, 투자자들이 위험 보상(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이 환경에서는 파운드화 강세에 베팅하는 전략이 당분간 매력적이지 않다.
반면 유로화는 매파적(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성향)으로 변하는 ECB의 지원을 받고 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3.1%로 쉽게 내려오지 않는 만큼, 당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신호를 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시장은 6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2%로 반영하고 있으며,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영국 중앙은행(BOE)과 대비된다.
파생상품(기초자산 가격에 연동돼 가치가 결정되는 상품) 투자자에게는 EUR/GBP의 추가 상승에 대비한 포지션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달 만기 옵션의 내재변동성(옵션 가격에 반영된 시장의 예상 변동 폭)이 7.2%로 높아져, 단기간 가격 변동이 커질 수 있음을 뜻한다. 이에 따라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매수나 불 콜 스프레드(낮은 행사가 콜 매수+높은 행사가 콜 매도 조합)로 유로 강세에 참여하면서 위험을 관리하는 전략이 대안이 될 수 있다.
2025년 같은 시기에는 영국 정치가 더 안정적이었고 ECB도 금리 정책에서 신중한 태도를 시사했다. 당시 EUR/GBP는 0.8500 부근의 좁은 범위에서 움직였다. 이번 0.8600 저항선(상승을 막는 가격대) 상향 돌파는 작년과 달라진 시장 여건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