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는 1.3337달러로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영국 내각의 혼란이 커지고, 권력 공백이 또 다른 재정위기(정부의 감세·지출 확대 등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상황)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보건장관 웨스 스트리팅이 15일 사임하면서 키어 스타머 총리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 지난주 지방선거 부진 이후 노동당 내부에서 사퇴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노동당의 지도부 갈등은 ‘혼란스러운 지도부 교체’ 가능성을 키웠다. 새 지도부가 재정준칙(적자·부채 관리 원칙)을 약화시키면 재정위기 우려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경계도 높아졌다.
달러는 미국 경기의 견조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나오며 강세를 유지했다. 15일 미국의 소매판매(가계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고용시장의 단기 흐름을 보여주는 주간 지표)가 발표됐고, 물가 압력도 높아지는 모습이었다.
이런 환경은 연방준비제도(Fed·미 중앙은행)가 연말 또는 2027년 초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시장 참가자들의 전망)를 키웠다. 영국은 16일(금) 주요 경제지표가 많지 않다.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시선을 두고 있다. 발언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무역 합의의 구체적 내용과 호르무즈 해협(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항로) 재개방 조치 여부의 세부사항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웨스트민스터(영국 의회·정치권)의 불안은 외환 변동성(환율이 크게 흔들리는 정도)을 끌어올리고 있다. 파운드/달러 1개월 내재변동성(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은 14%를 넘어섰고, 올해 초 평균 8%에서 급등했다. 이는 파운드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로, 하락에 베팅)이나 풋 스프레드(서로 다른 행사가의 풋옵션을 함께 매수·매도해 비용과 손익을 조절하는 전략)가 가격 하락과 옵션 프리미엄(보험료 성격의 비용) 상승에 동시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양상은 2022년 가을 영국 재정위기 때도 나타났다. 당시 정치 혼란이 통화 급락으로 빠르게 번지며 파운드/달러가 수주 만에 10% 이상 떨어진 바 있다.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정부가 등장할 수 있다는 현재의 공포는 당시와 닮아 있어, 급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앙은행 정책의 엇갈림도 더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은 성장 탄탄함을 이유로 Fed의 금리 인상 기대가 강화되는 반면, 영국은 잉글랜드은행(BoE·영국 중앙은행)이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2026년 4월 영국 물가상승률은 3.2%로 쉽게 꺾이지 않았지만, 정치 공백 탓에 BoE가 통화 긴축(금리 인상 등으로 물가를 잡는 정책)을 통해 파운드를 떠받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투기적 포지션(헤지펀드 등 단기 매매 세력의 베팅)도 약세 심리를 반영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트레이더 포지션 보고서(Commitment of Traders·선물 시장 참가자들의 순매수·순매도 규모를 공개하는 자료)’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파운드 순매도(하락에 베팅한 잔고) 계약이 2만 계약 이상 늘었다. 이는 하락 추세에 힘이 실리고 있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