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달러 수요 자극
충돌 장기화는 달러 매수세를 지지하고 파운드(영국 통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순(純) 에너지 수출국’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전쟁·제재·공급 차질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통화가 상대적으로 방어력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미국 고용지표는 달러 강세에 제동을 걸 요인으로 지목된다. 2월 비농업부문 고용(NFP·농업을 제외한 부문에서 늘거나 줄어든 일자리 수)은 9만2000명 감소해, 5만9000명 증가를 예상한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돌았다. 1월 수치는 12만6000명으로 수정됐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4.4%로 올랐다. 보고서는 주요 산업에서 고용 감소가 나타났다고도 밝혔다. 중동 긴장 고조로 달러는 대표적 안전자산(위기 시 자금이 몰리는 자산) 역할을 하며 GBP/USD에 하락 압력을 주고 있다. 반면 2월 고용지표가 예상 밖 ‘일자리 감소’로 매우 부진해, ‘달러 강세’와 ‘미 경기 둔화 신호’가 동시에 존재하는 구도다. 이런 엇갈린 재료는 향후 수주간 변동성(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정도)을 키울 수 있다. 미국 CPI는 이 교착 상태를 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물가가 높게 나오면 달러 강세가 강화될 수 있고, 물가가 낮게 나오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2022년에도 CPI 발표 때 환율이 하루에 1.5% 이상 움직이는 사례가 반복됐다.안전자산 자금 흐름의 과거 패턴
지정학적 위기 국면에서 달러가 강해지는 흐름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예를 들어 2022년 초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달러인덱스(DXY·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약 96에서 수개월 만에 103을 넘기며 안전자산 선호(위험자산을 팔고 안전자산을 사는 흐름)가 진행됐다. 이런 전례는 중동 이슈가 핵심 변수로 남는 한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을 뒷받침한다. 다만 비농업 고용 악화는 달러 강세 논리에 부담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처럼 극도의 공포 국면에서는 미국 지표가 급격히 나빠져도 달러가 강하게 오르는 사례가 있었다. 이는 당분간 지정학적 불안이 미국 내 경기 약세 신호보다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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