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화요일 아시아 거래 시간대 배럴당 91.50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미국과 이란이 추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3거래일째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이번 협상은 현재 2주간의 임시 휴전이 끝나기 전에 장기 휴전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헤란(이란)이 워싱턴에 먼저 접촉했다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국제법 범위 내에서 대화를 이어갈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폭스뉴스에서 외교 협상이 진행 중이며 진전은 있지만 ‘돌파구(결정적 합의)’는 없다고 언급했다.
공급 차질이 유가 하단을 지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운항(원유·정유 제품 운송)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거나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 해상 운송로의 차질이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이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중간선거 기간까지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OPEC+(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산유량이 하루 790만 배럴 감소했으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이 컸다.
시장에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주요 에너지 소비국 중심의 국제기구)가 내놓을 월간 보고서도 주시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원유 수요·공급 전망과 재고 등 핵심 지표가 담겨 방향성을 가늠하는 데 쓰인다.
양방향 변동성에 대비한 옵션 전략
이번 국면은 2025년 말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처음 부각됐을 때와 유사한 불확실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WTI 옵션의 내재 변동성(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가격 흔들림’ 기대치)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OVX(유가 변동성 지수·원유 옵션을 기반으로 한 변동성 지표)가 60을 웃돌며 급등했던 흐름과 닮았다는 분석이다. 변동성이 높으면 옵션 프리미엄(옵션 가격)이 비싸져 방향성 베팅 비용과 위험이 커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방향과 무관하게 큰 가격 변동에서 이익을 노리는 전략이 거론된다. 롱 스트래들 또는 롱 스트랭글(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수해 큰 변동에 베팅하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급등, 합의가 성사되면 급락할 수 있어 어느 쪽이든 크게 움직이면 수익 가능성이 생긴다.
호르무즈 해협의 실물 공급 차질은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전 세계 원유 소비의 2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790만 배럴 감소는 매우 큰 폭으로, 2020년 팬데믹 시기 수요 급감 국면의 감산과 비교해도 충격이 크다는 평가다. 따라서 확실한 합의가 체결되고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는 한, 유가가 크게 붕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논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