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금요일 국제통화기금(IMF)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제53차 회의에서 발언했다. 그는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한 이후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 국가들) 물가(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단기적으로 물가 전망의 위험이 ‘상방’(예상보다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에 기울어 있다고 밝혔다. 또 시장과 가계의 물가 기대(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와 임금 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커지면, 물가가 기본 전망(ECB가 제시한 기준 시나리오)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존 물가 위험
그는 ECB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분쟁으로 유로존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위험은 이제 예상보다 높은 물가로 기울었고, 특히 앞으로 몇 달이 문제다. 임금 상승과 대중의 물가 기대가 예상보다 더 크게 반응하면 물가가 기본 전망을 웃돌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브렌트유 선물(미래 인도 시점의 원유 가격을 미리 정하는 거래)은 최근 한 달 사이 15% 넘게 올라 배럴당 105달러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물가를 직접 밀어 올리는 압력(에너지 비용이 제품·서비스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이며, 2022년 에너지 위기 때와 비슷한 흐름이다. 유로스타트(유럽연합 통계기관) 최신 자료에서 소비자물가(HICP·조화소비자물가지수: 유로존 국가 간 비교를 위해 산출 방식이 통일된 물가지표)가 3월 2.6%로 상승한 점도 이런 신중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또한 ‘2차 파급효과’(에너지·식품 등 가격 상승이 임금 인상과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번져 물가가 오래 높은 상태가 되는 현상)도 주시하고 있다. 지속적인 물가 압력이 이어질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2026년 1분기 타결 임금 상승률(노사 협상으로 확정된 임금 인상률)은 4.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근원물가(변동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해 기조를 보는 물가)도 2.9%로 잘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는 기초 물가가 기대만큼 빠르게 식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전략 시사점
금리 트레이더(채권·금리 파생상품으로 금리 변동에 베팅하는 투자자)에게는 공격적 금리 인하(큰 폭의 인하)에 대한 베팅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은 이미 전망을 다시 반영했고, 올해 인하 폭을 25bp(베이시스포인트·0.01%포인트)로 보고 있다. 한 달 전 75bp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단기 유로 금리 스왑(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파생상품)에서 고정금리를 지급하는 포지션(금리 상승 또는 고금리 지속에 유리)이나 독일 국채 선물(분트 선물: 독일 10년물 국채를 기초로 한 선물)을 매도(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방식은 금리가 더 오래 높게 유지될 위험에 대한 방어가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크게 커진 만큼 변동성 매수(가격 변동이 커질 때 이익이 나는 포지션)는 직접적이고 논리적인 대응이다. VSTOXX(유로스톡스50 지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유럽판 변동성 지수’)는 이미 2025년 말 시장 불안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추가 변동에서 이익이 나는 옵션(특정 가격에 살거나 팔 권리로, 변동성 확대에 유리)을 보유하는 전략에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유로화 방향은 더 불확실해졌다. 금리 기대 상승은 유로화에 힘을 실어주지만,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부담이다. 따라서 한 방향으로 단정해 베팅하는 것은 위험하다. 방향을 맞히기보다 외환 변동성 자체를 거래하는 전략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옵션을 활용해 EUR/USD(유로/달러 환율)가 크게 움직일 가능성에 베팅하되, 어느 방향인지는 확정하지 않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