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인덱스(DXY·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월요일 아시아 초반 99.05선까지 내려갔다. 시장은 워싱턴과 테헤란이 핵심 쟁점에서는 이견을 남긴 채로도 평화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에 반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포함한 양해각서(MOU·법적 구속력은 약하지만 합의 내용을 문서로 정리한 것)를 “대체로 협상했다”고 말했다. 다만 합의 시점은 불확실해 투자심리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란이 여전히 해당 수로의 선박 통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미국은 이란 연계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해군이 통항을 제한하는 조치)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지정학 변화는 금리 전망에도 반영됐다. 트레이더들은 해상 운송로가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데 따른 물가(인플레이션) 위험을 다시 계산하며, 단기간 금리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봤다. 그럼에도 CME 페드워치(CME FedWatch·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기준금리 변화 확률을 추정하는 지표)는 연말까지 미 연준(Fed)이 0.25%포인트(25bp·bp는 금리 단위로 1bp=0.01%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45.1%로 반영하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목요일 발표되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연준이 물가 판단에 특히 중시하는 지표)로 옮겨가고 있다. 한편 2022년 기준으로 달러는 전 세계 외환거래의 88% 이상을 차지하며, 하루 거래 규모는 약 6조6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물가 지표의 충돌
우리는 지정학 뉴스와 경제 지표가 충돌하면서 달러 방향성이 흔들리는 전형적 국면을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평화 합의 기대는 위험선호(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를 키우며 달러 약세 요인이 된다. 다만 근원 물가(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는 흐름은 달러 하단을 받치고 있다.
유가와 중앙은행 정책의 변수
전 세계 원유(크루드오일·정제 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재개되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과거 이 지역 긴장이 완화되면 국제유가가 내려 물가 압력이 줄고, 그만큼 연준의 금리 인상 필요성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원유 파생상품(선물·옵션 등 가격 변동에 연동되는 금융상품)과 USD/CAD(달러/캐나다달러·캐나다는 원유 수출 비중이 높아 유가에 민감한 통화쌍) 같은 관련 환율 움직임에서 분위기 반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올해 근원 인플레이션이 3%를 웃돌며 연준 목표를 크게 상회한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이번 주 목요일 발표되는 PCE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시장 예상보다 물가가 더 높게 나오면(상회) 연말 금리 인상 확률 45%라는 시장 반영치가 강화되면서 달러의 최근 하락분이 빠르게 되돌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