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앙은행(RBA)은 5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현금금리 목표·cash rate target)를 25bp(베이시스포인트·금리 0.01%포인트) 인상해 4.35%로 올렸다. 이번 결정은 다수결로 이뤄졌으며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했다. 미셸 불록 총재는 이번 인상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억제하고, 2차 파급효과(기업·가계가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믿으면서 임금·가격 인상이 반복되는 현상)가 기대인플레이션(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으로 굳어질 위험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록 총재는 현재 금리가 다소 긴축적(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수요를 눌러 물가를 낮추는 수준)이며, 앞으로 여건 변화에 따라 대응할 여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또 유가 충격은 실질소득(명목소득에서 물가 영향을 뺀 구매력)을 깎는 악재로, 물가와 성장 사이의 선택(물가를 잡으면 성장이 둔화되는 관계)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분쟁이 빨리 끝나더라도 비용 부담은 연중 누적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 신호와 물가 위험
RBA는 데이터와 위험 요인의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은 다소 타이트(구인 수요가 많아 임금이 오르기 쉬운 상태)하지만, 신뢰지수(소비·기업 심리 설문)는 실제 경기와 연결성이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또 석유제품의 물리적 공급 부족 가능성을 경고하며, 연료비 상승이 다른 상품·서비스 가격으로 번질 수 있고 일부 기업은 아직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RBA 전망에 따르면 GDP(국내총생산·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재화·서비스의 총액)는 2분기 1.9%, 2027년 2분기 1.3%, 2028년 2분기 1.4%로 제시됐다. 실업률은 2분기 4.2%, 2028년 2분기 4.7%로 예상했다. CPI(소비자물가지수·가계가 사는 대표 품목 가격을 묶어 본 물가)는 2분기 4.8%, 4분기 4.0%, 2027년 2분기 2.4%, 2028년 2분기 2.5%로 전망했다. 트림드 평균 물가(일시적 급등·급락 품목을 제외해 기조 물가를 본 수치)는 2분기 3.8%, 4분기 3.5%, 2027년 2분기 3.1%, 2028년 2분기 2.5%로 봤다.
시장 가격에는 추가 긴축 60bp가 반영돼 최종금리 4.7% 수준이 거론됐다. 브렌트유(국제 유가 기준) 전망치는 연말 82.3달러, 2027년 말 75.7달러로 제시됐다. 결정 이후 AUD/USD(호주달러/미국달러 환율)는 0.06% 하락한 0.7162를 기록했다.
외환·금리 매매 시사점
AUD/USD는 매파적(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려는 성향) 중앙은행과, 위험회피(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는 현상)로 자금이 미 달러로 쏠리는 흐름이 맞서는 구도다. 단기적으로 0.7090~0.7270 범위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있다. 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살/팔 수 있는 권리)을 활용해 변동성 매도(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프리미엄을 받는 전략)는 중동 분쟁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고려할 수 있다.
RBA 정책의 핵심 변수는 전쟁과 직결된 유가다. 브렌트유가 최근 배럴당 95달러를 웃돌아 2024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인 만큼, 100달러를 향한 추가 상승이 이어지면 RBA는 추가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파생상품(선물·옵션 등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상품) 포지션은 유가 움직임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유가가 향후 금리 결정의 가장 이른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RBA 전망은 경기 둔화를 가리킨다. 성장률은 약해지고 실업률은 2028년 4.7%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 물가를 잡는 것과 이후 성장 둔화를 감수해야 하는 긴장이 커지면서 국채 수익률 곡선(만기별 금리 수준을 이은 그래프)은 더 평탄화(단기 금리는 높고 장기 금리는 낮아져 기울기가 완만해지는 현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2년물 같은 단기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10년물 같은 장기 금리는 경기침체 우려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