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은 목요일 두 달 저점인 4,366달러 부근에서 반등해 1.20% 이상 상승했고, 미·이란이 60일간 휴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로 위험 선호(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더 사들이는 심리)가 개선되면서 XAU/USD(금의 달러 표시 가격)는 4,500달러 안팎으로 올라섰다. 악시오스(Axios)는 워싱턴과 테헤란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우라늄의 특정 동위원소 비중을 높이는 핵연료 관련 공정)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는 동안 휴전을 유지하는 조건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고위 당국자들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 이 보도는 양측이 교전을 주고받는 가운데 나왔으며, 이란은 쿠웨이트를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달러인덱스(DXY·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지수)는 0.19% 하락한 98.97을 기록했다.
미국 물가 지표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지표)는 4월 전년 대비 3.3%로 3월(3.2%)보다 상승했고, 헤드라인 PCE(식품·에너지를 포함한 전체 PCE)는 전년 대비 3.8%로 이전(3.5%)을 웃돌았다. 성장률은 하향 조정됐다. 2026년 1분기 GDP(국내총생산)는 1.6%로, 기존 2% 추정치보다 낮아졌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Initial Jobless Claims·실업수당을 처음 신청한 건수)는 5월 23일로 끝난 주에 21만5,000건으로 늘어 예상치(21만1,000건)를 상회했다. 프라임 터미널(Prime Terminal)에 따르면 2026년 금리 인상(기준금리를 올리는 조치) 기대는 25bp(베이시스포인트·금리 0.01%포인트) 인상 확률 45% 수준으로 낮아졌다. 트레이더들은 연준(Fed·미국 중앙은행) 발언을 추가로 확인한 뒤 ‘블랙아웃 기간’(중요 정책회의를 앞두고 연준 인사들이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기간)에 들어갈 전망이다. 기술적으로 4,500달러를 확실히 넘기면 4,575~4,600달러 구간의 저항선(상승을 막는 가격대)이 열리고, 이어 50일 단순이동평균선(SMA·일정 기간 가격의 평균을 단순 계산한 선) 4,630달러와 100일 SMA 4,801달러가 다음 목표로 거론된다. 반대로 4,450달러 아래로 밀리면 200일 SMA 4,399달러와 4,366달러 재시험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금협회(WGC) 자료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2022년 금 1,136톤(약 700억달러 규모)을 순매수했다.
금 랠리와 중앙은행 수요
미·이란 평화 합의 기대가 달러를 약세로 만들면서 금이 급등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4,500달러 상회는 의미가 크지만, 안전자산 선호(위험을 피하려는 매수)라기보다 환율 변동(달러 약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 긴장은 여전하므로 합의가 난관에 부딪히거나 지정학적 충돌(국가 간 갈등·군사 충돌)이 재점화되면 상승세가 흔들릴 수 있다.
금의 기초 체력은 중앙은행의 꾸준한 매입으로 유지되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신흥국(성장 단계의 국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2023년에 1,037톤을 매입했고 2024년에도 강한 매수가 이어져 가격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각국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분산(특정 자산 비중을 줄이고 여러 자산으로 나누는 전략)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금 가격 조정은 매수 기회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변동성 전망과 위험 대응 전략
평화 합의 기대와 물가 고착(물가가 잘 내려오지 않는 상태)이 엇갈리는 만큼 변동성(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정도) 확대 가능성이 있다. 큰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면 옵션(정해진 가격에 사고팔 권리)으로 양방향 변동에 대비하는 전략이 거론된다. 예를 들어 롱 스트래들(long straddle·같은 만기와 같은 행사가의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수하는 전략)은 어느 방향이든 크게 움직이면 수익을 노릴 수 있다.
미국 경기 지표 둔화는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변수다. 1분기 GDP가 1.6%로 낮아졌고 실업수당 청구도 늘면서 연준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약해졌다. 시장의 추가 인상 확률도 50% 아래로 떨어졌다. 과거에는 연준이 방향 전환(피벗·긴축에서 완화로 기조 변화)을 공식화하기 전에 시장이 먼저 이를 가격에 반영하면, 금이 완만한 상승 흐름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상방 관점이라면 콜옵션 매수 또는 불 콜 스프레드(bull call spread·낮은 행사가 콜 매수와 높은 행사가 콜 매도를 함께 하는 상승 베팅)를 통해 4,575달러 저항선 접근을 노릴 수 있다. 이는 손실 한도를 정하면서 다음 기술적 구간을 목표로 할 수 있는 방식이다. 경기 둔화는 지정학 뉴스보다 금 강세를 설명하는 더 직접적인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