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영매체는 테헤란이 미국과의 14개 항목 양해각서(MOU·서로의 협력 내용을 정리한 문서) 틀에 대한 초기 초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MOU는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이란 항만에 대한 미 해군의 봉쇄를 해제하며, 미국 병력을 이란 영토에서 철수시키는 내용을 담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후 X에 이를 “사실이 아니며, MOU는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첫 헤드라인 직후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약 3% 하락해 배럴당 93달러 부근으로 내려갔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약 4% 급락해 90달러 안팎까지 밀렸다. 문제의 문서는 1쪽짜리 개요로, 핵심 쟁점인 이란의 우라늄 농축(핵연료로 쓰기 위해 우라늄의 농도를 높이는 과정) 등은 60일 협상 기간에 맡기는 형태로 전해졌지만, 미국은 “문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다.
공급 측면의 제약도 남아 있다.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한 상태로 전해지며, 제거 작업은 수주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주요 소비국 중심의 에너지 분석기구)는 3~4월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약 2억5000만 배럴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선진국 중심의 국제기구) 회원국의 육상 재고도 4월에 1억4600만 배럴 줄었다. 기술적으로는 브렌트유가 93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는 가운데, 50일 지수이동평균(EMA·최근 가격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이동평균)은 98달러 부근, 상승 중인 200일 EMA는 82달러 안팎으로 제시된다. 92달러는 ‘일일 종가’ 기준 핵심 수준으로 거론되며, 위쪽 저항선(가격 상승을 막는 구간)은 96.50달러와 100달러로 언급된다. 스토캐스틱 RSI(가격의 과열·침체를 보여주는 보조지표)는 장중 과매도(지나치게 많이 팔린 상태)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나, 일간 모멘텀(추세의 힘)은 약세로 평가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미 정부의 에너지 통계 기관)의 주간 재고 보고서는 목요일 14:30 GMT로 발표가 연기됐다. 지난주에는 130만 배럴 감소가 집계됐고, 미국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약 4% 낮은 수준이다.
Market Reaction and Sentiment Disconnect
시장은 ‘미국-이란 합의설’ 소문에 반응해 매도 쪽으로 기울었고, 백악관이 “합의가 없다”고 부인한 점은 사실상 무시했다. 트레이더들이 갈등 종료를 가격에 반영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93달러 부근으로 밀렸다. 시장 심리(투자자들의 기대와 불안)와 실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크게 어긋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물 지표(현물 흐름과 재고 등 실제 수급을 보여주는 자료)는 여전히 빠듯함을 시사한다. 미국석유협회(API·미국 석유업계 단체)가 화요일 발표한 주간 통계에서는 원유 재고가 예상 밖으로 증가했지만, 휘발유 재고가 450만 배럴 감소해 여름 성수기 전 수요가 견조함을 보여줬다. 한편 페르시아만을 통과하는 유조선의 해상보험료는 사상 최고 수준에 머물러, 업계가 단기간에 위험이 낮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설령 오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정상적인 원유 흐름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IEA는 3~4월 글로벌 재고가 2억5000만 배럴 줄었다고 지적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와 해상 봉쇄 해제 조율에는 ‘며칠’이 아니라 ‘수주’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공급 문제는 서류 한 장으로 즉시 해결되기 어렵다.
Technical Levels and Trading Outlook
기술적 관점에서 이번 하락은 브렌트유를 92~93달러의 핵심 지지선(추가 하락을 막는 구간)으로 끌어내렸다. 평화 기대가 꺾일 경우 가격이 되돌림(급락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있어, 하락 추세를 따라가기보다 과도한 매도에 대한 ‘역추세’ 접근이 더 유리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일일 종가가 96.50달러를 회복하면 약세 모멘텀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고, 100달러 재시험 가능성도 다시 열린다.
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 투자 관점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변동성(가격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에 베팅하는 전략이 거론된다. 예를 들어 만기가 짧은 콜 스프레드(낮은 행사가 콜을 사고, 더 높은 행사가 콜을 파는 구조)인 ‘6월 주간물 95/98달러 콜’은, 악재 헤드라인으로 급락했다가 다시 급반등할 때(스냅백 랠리)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이 전략은 손실 한도가 정해져 있어(정의된 위험) 방향성 위험을 무제한으로 떠안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