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랠리를 이어가며 S&P 500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마이크론은 시가총액 1조달러에 도달했다. 이런 흐름은 아시아로 확산되며 SK하이닉스도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사람처럼 학습·추론하는 컴퓨터 기술) 관련 종목에 대한 수요와 미·이란 분쟁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비중의 40%를 차지해, 역내 에너지 가격 급등을 소화하는 가운데서도 주가 방어에 힘을 보탰다.
유럽 증시는 위험자산 선호(투자자들이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더 사는 분위기) 속에 상승했고, 유가는 하루 만에 2%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4달러 아래로 내려왔으며, 최근 1주일간 10% 떨어졌다. 채권 가격은 올라(채권값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임) 주요국 10년물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4bp(베이시스포인트·0.01%포인트) 내렸고, 5월 18일 고점(5.17%) 대비로는 34bp 하락했다. 이는 영국 에너지 규제기관 오프젬(Ofgem)이 7월부터 가계 에너지 요금 상한(Price cap·가계가 내는 요금의 상한선)을 13% 인상해(2년여 만 최대폭) 가구당 연간 221파운드 부담이 늘고, 겨울까지 높은 가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안내가 나온 가운데서도 나타난 움직임이다. 영국 국채(길트·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앞선 매도 후 안정됐고, FTSE 100은 셸·BP 하락으로 부진했다. 반면 M&S와 JD스포츠는 강세를 보였다. 한편 골드만삭스가 S&P 500의 연말 목표치를 8,000으로 올리면서 미국 지수 선물은 상승을 가리켰다.
기술주 모멘텀과 전술적 거래
현재 기술주 랠리는 모멘텀(주가가 오르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지는 현상) 성격이 강해 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나스닥100은 연초 이후 12% 넘게 올랐고, 변동성은 VIX 지수(미국 주식시장의 예상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표) 기준 약 12로 여러 해 중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환경은 추가 상승에 유리하다. 상방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기술주 중심 ETF(상장지수펀드·지수처럼 거래되는 펀드)나 엔비디아 같은 개별 종목의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수해 상승분을 노리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시장의 낙관은 유가 하락에 크게 기대고 있으며, 이는 미·이란 합의 기대에 따른 것이다. 다만 외교 협상이 흔들릴 경우 에너지 시장은 급반등(짧은 기간에 급격히 되돌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2022년 초 비슷한 국면에서 브렌트유는 2주 만에 30% 이상 급등한 사례가 있다. 이에 대비해 유가 선물에 대해 행사가격이 현재 가격보다 높은 ‘외가격’ 콜옵션(당장 이익 구간이 아닌, 급등 시에만 이익이 나는 옵션)을 저렴할 때 매수해 헤지(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어)로 활용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시장 상관관계와 상대가치 거래
유가 급락은 영국 채권시장에도 직접 영향을 주며 10년물 길트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 최근 10일 동안 금리가 30bp 이상 떨어졌는데, 국채 시장에서는 의미 있는 폭이다. 투자자들은 유가와 금리의 상관관계(두 자산이 함께 움직이는 정도)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유가 약세가 이어질 경우 길트 선물(미래 특정 시점에 국채를 정해진 가격에 거래하는 계약)을 활용해 금리 추가 하락(수익률 축소)에 베팅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기술주가 이끄는 미국 지수의 강세와 FTSE 100의 부진은 대비가 뚜렷하다. 에너지·금융 비중이 큰 FTSE 100은 최근 1년 7% 상승에 그친 반면, 기술주 비중이 큰 S&P 500은 25% 넘게 급등했다. 이 격차 확대는 ‘페어(짝) 거래’(두 자산을 동시에 사고팔아 상대 성과 차이를 노리는 전략)를 시사한다. 예를 들어 FTSE 100을 매수(롱)하고 S&P 500 또는 나스닥100을 매도(숏)하는 방식은, 기술주에서 다른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로테이션’이 갑자기 나타날 때의 위험을 줄이는 헤지로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