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교전을 벌인 뒤에도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로화는 화요일 북미장에서 약세를 보였다. EUR/USD는 1.1622로 0.15% 하락했고, 달러인덱스(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는 0.21% 오른 99.21로 유로화에 추가 압박을 줬다. 유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WTI(서부텍사스산원유, 미국 대표 원유 기준)는 배럴당 94.34달러로 2.75% 떨어졌다.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흐름을 반영했다.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약 4bp(bp=0.01%포인트) 하락한 4.074%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지표로는 콘퍼런스보드(미국 민간조사기관)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했다. 지수는 93.1로 내려갔지만, 블룸버그 설문 전망치 92는 웃돌았다.
유럽에서는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없었다. 다만 ECB(유럽중앙은행) 정책위원 1명은 6월 금리 인상을 주장했고, 로이터 설문에 따르면 인상을 예상한 이코노미스트 비중은 85%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성장 둔화도 부담이다. 유로존의 2026년 1분기 성장률(전년 대비)은 0.8%로, 지난해 4분기 1.3%에서 낮아졌다. 기술적으로는 EUR/USD가 1.1618로 표시됐고, 50·100·200일 이동평균선(SMA, 일정 기간의 평균 가격으로 추세를 보는 지표)이 모인 1.1659 부근 아래에 있었다. 지지선은 1.1576, 더 아래로는 1.1265 부근이 거론됐다. RSI(14·상대강도지수, 가격 상승·하락의 힘을 0~100으로 나타내 과열·침체를 판단하는 지표)는 43 수준이었다.
안전자산 선호와 변동성 확대
호르무즈 해협 교전으로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리스크 회피)’ 흐름이 나타나며 달러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현재의 핵심 변수로, EUR/USD를 끌어내리고 있다. 파생상품(기초자산 가격을 바탕으로 가치가 정해지는 금융상품) 거래자는 앞으로 몇 주간 변동성(가격 흔들림)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달러인덱스가 99.00 위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안전자산 수요가 다른 요인을 잠시 눌러놓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은 경기에는 부담이지만, 시장의 당장 두려움은 달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유로화 강세에 베팅하는 포지션(매수 중심의 투자 방향)에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은 통화시장 변동성을 키워왔다. EVZ(CBOE 유로 통화 변동성 지수, 유로 관련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변동성 기대를 보여주는 지표)는 유사한 충돌 국면에서 두 자릿수(%) 급등이 반복된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EUR/USD에서 스트래들(straddle, 같은 만기·같은 행사가의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사서 방향과 무관하게 큰 움직임에 베팅하는 전략) 같은 옵션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큰 방향을 맞히기 어려운 국면에서 움직임 자체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ECB 정책, 경기 차별화, 매매 전략
ECB는 6월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며 변수를 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유로화에 우호적이지만, 동시에 유로존 성장률이 0.8%로 둔화돼 정책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시장은 ECB가 경기 침체(경기 후퇴) 위험 속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유로화 반등 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앙은행 환경의 대비도 뚜렷해지고 있다. 유로존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위축을 가르는 설문지표)는 49.5로 내려가 위축 국면을 시사했다. 반면 미국 근원 PCE 물가(변동이 큰 식품·에너지를 뺀 개인소비지출 물가,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는 3.5%로 연준 목표를 크게 웃돈다. 이런 격차는 유로존 경기 약화 대비 달러 강세 논리를 강화한다.
기술적으로 1.1659 부근은 EUR/USD의 중요한 저항선(상승을 막는 가격대)으로 거론된다. 이 수준 이상을 행사가로 한 콜옵션(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매도(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상승 위험을 지는 거래)를 통해 상단이 막힐 가능성에 베팅하는 구상도 가능하다. 1.1576 지지선(하락을 막는 가격대)을 뚫고 내려가는 흐름이 확실해지면 풋옵션(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매수로 더 깊은 하락을 노리는 전략이 거론된다.
분쟁에도 유가가 배럴당 94달러 안팎으로 내려간 점은, 시장이 단기 공급 차질보다 글로벌 수요 위축(경기 둔화로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을 더 크게 걱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미국 소비 지표 약화, 유럽 성장 둔화와도 맞물린다. 이런 배경은 달러 같은 안전자산 보유 논리를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