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XAU/USD)은 목요일 아시아 초반 거래에서 약 4,540달러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전날 4,550달러 부근을 유지한 뒤다. 시장은 교착 상태인 미국-이란 협상, 호르무즈 해협 관련 위협, 그리고 5월 미국 구매관리자지수(PMI·기업들의 신규주문·생산·고용 등을 설문으로 조사해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 예비치 발표를 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고 말하면서도, 이란이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며칠 내 공격이 재개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미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2% 목표를 웃돌면 다수의 연준 관계자가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책금리는 3.5%~3.75%로 유지됐다.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금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주 활용되며, 안전자산(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 자금이 몰리는 자산)으로 취급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통화 약세에 대비하는 헤지(위험을 줄이기 위한 투자) 수단으로도 쓰인다. 특정 발행자나 정부의 신용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앙은행은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다. 세계금위원회(WGC·금 시장 관련 통계를 내는 국제 기관)에 따르면 2022년 중앙은행들은 약 700억달러어치 1,136톤을 추가 매입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대체로 달러 가치와 미국 국채 가격(채권)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고, 금리가 하락할 때 강세를 보이기 쉽다.
금이 4,540달러 부근에서 버티는 흐름은 향후 몇 주 거래에 복잡한 환경을 만든다. 중동 긴장으로 인한 안전자산 수요가 가격을 받치는 반면, 매파적(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려는 성향) 연준이 강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균형은 방향성 베팅을 어렵게 하지만,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따른 기회를 만든다.
미국-이란 협상이 평화 합의와 무력 충돌 재개 사이를 오가는 ‘양자택일’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변동성 급등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불확실성은 옵션(정해진 가격에 사고팔 권리를 거래하는 파생상품)을 활용한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롱 스트래들(long straddle·같은 만기와 행사가의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사서, 방향과 무관하게 큰 가격 변동에서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 전략은 금 가격이 어느 쪽으로든 크게 움직일 때 이익을 기대한다.
중동 리스크와 변동성
2025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고조됐을 때 원유 운반선 전쟁위험 보험료가 300% 이상 급등한 사례가 있다. 현재 비슷한 차질이 발생하면 에너지 시장을 흔드는 데 그치지 않고, 공포 심리에 기반한 금 매수세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거 사례는 금의 상방 위험을 가늠하는 데 참고가 된다.
반면 최근 연준 의사록은 금에 뚜렷한 부담이다. 연방기금금리(미국의 정책금리)가 이미 3.75% 수준인 상황에서, PMI 같은 지표가 물가 압력이 지속된다는 신호를 주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이자가 없는 자산(보유해도 이자 수익이 없는 자산)인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다른 투자에서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을 포기하는 비용)을 높여 랠리를 제한할 수 있다.
2024년 말과 2025년에 걸쳐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물가 지표)가 3%를 꾸준히 웃도는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연준은 물가 재가열 신호에 민감해졌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빨라진다는 데이터가 나오면 시장 반응이 커질 수 있고, 금값이 압박받을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연동 파생상품(물가 기대를 반영하는 채권·스왑 등) 움직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