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FG의 데릭 할페니는 엔화 약세의 배경으로 ▲국제 유가(원유 가격) 상승 ▲글로벌 국채 수익률(채권 금리) 상승 ▲중동 긴장 고조를 지목했다. 이들 요인이 일본 재무성(MoF·외환 당국)의 최근 외환시장 개입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일본 국채가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가 낮게 유지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미국 물가가 예상치를 웃돌아(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나와) 주요국 국채시장이 흔들렸다고 덧붙였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 핵심 해상 통로)이 봉쇄될 수 있다는 위험이 거론되는 가운데 유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금리(각국 국채 수익률)가 다시 오르고 있어 달러 대비 엔화에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달러/엔(USD/JPY)이 158을 넘어섰는데, 이는 5월 6일 재무성이 외환시장에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진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엔이 4월 30일에 기록했던 고점(당시 처음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거론되는 시점) 재시험 쪽으로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두 차례 개입은 아직 공식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금리가 더 떨어지고 있어, 달러/엔이 또 급등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재무성과 일본은행이 추가 개입(구두 경고나 실제 매매 개입)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화에 대한 기초 여건(펀더멘털)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는 흐름으로 보인다.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과 유가 상승이 일본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브렌트유가 최근 배럴당 95달러를 웃돌면서, 에너지 순수입국인 일본의 수입 비용이 늘어 엔화에 부담이 된다는 의미다.
핵심 동인은 일본과 다른 주요국(특히 미국) 간 금리 격차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8% 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일본 금리는 1% 안팎에 머물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달러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려는 유인이 커져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흐름이 강해진다. 이는 2025년 4~5월에 관측됐던 재무성의 시장 개입 배경과 같은 구조다.
트레이더 관점에서는 변동성이 큰 구간이 이어질 수 있고, 달러/엔의 방향은 상방(상승) 쪽으로 기울어 있다. 다만 공식 개입 리스크(당국이 갑자기 시장에 들어와 환율을 되돌릴 위험) 때문에 상승 흐름이 진행되더라도 급격한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달러를 사는 권리) 매수로 상승 시 이익 가능성을 가져가면서 손실을 제한하는 전략이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물가상승률이 3.6%로 예상보다 높게 나오며,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적 통화정책(금리를 높게 유지해 물가를 누르는 정책)을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키웠다. 이는 달러 강세 요인이다. 일본은행이 정책 정상화(초저금리·완화 기조에서 벗어나는 뚜렷한 전환)에 의미 있는 조치를 내놓기 전까지는 엔화가 약세 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