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르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차기 연준(Fed·미국 중앙은행) 의장 케빈 워시 체제에서 조기 금리 인하 전망이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시장은 연준 통화정책 위험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현재 에너지 가격 충격을 일시적(단기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될 경우 위험이 커진다. 이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봉쇄가 장기화되면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추가 상승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충격
미국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거나, 인플레이션 기대(가계·기업·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물가 상승률)가 높아지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연준의 기준금리 결정기구)는 더 매파적(긴축 선호)으로 기울 수 있다. 일부 FOMC 위원들은 이미 물가 압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가 어려워진다. 호르무즈 해협 이슈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정책 경로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향후 수주 동안 연준의 경로를 재점검해야 한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말부터 누적된 물가 압력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워시 의장이 완화(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 쪽의 정책)로 전환하기는 더 까다로워졌다. 이에 따라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 가격 반영과 달러 강세
최근 발표된 2026년 4월 CPI(소비자물가지수·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대표 물가지표)는 전년 대비 3.8%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연준 목표(통상 2%)를 크게 웃돌고 시장 전망치도 상회한 수치다. 배경에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6월물 WTI 원유 선물(서부텍사스산 원유를 대상으로 하는 표준화된 선물 계약)은 배럴당 95달러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당분간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매파 위원들에게 힘을 싣는다.
금리 파생상품(금리 변동에 연동되는 선물·옵션·스왑 등)은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되는’(higher for longer) 시나리오를 더 강하게 반영하는 흐름이다. 연방기금금리 선물(Fed Funds futures·연준 정책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 기대를 반영하는 선물)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7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확률은 20% 미만으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말 약 60%로 반영되던 것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금리가 유지되거나 오르고, 변동성(가격 움직임의 크기)이 확대될 때 유리한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정책 차별화(미국은 긴축 유지, 다른 지역은 인하 가능성 확대)는 달러에 강한 지지 요인이 되고 있다. 달러인덱스(DXY·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12개월 최고치인 107.50 부근까지 상승했다. 다른 중앙은행들이 더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에 더 취약한 경제권 통화에 대해 달러 강세 포지션(달러 매수·상대 통화 매도)을 고려할 만하다.
이번 상황은 2022년 에너지 충격 당시 연준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했던 대응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의 전례는 연준이 신뢰(물가 안정 의지에 대한 시장의 믿음)를 훼손할 수 있는 ‘성급한 금리 인하’를 피하려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워시 의장이 비둘기파적 전환(금리 인하 등 완화 기조로의 전환)을 만드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