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해상 운송 안전 리스크와 산유국의 공급 계획이라는 상반된 요인에 엇갈리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호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유가는 2% 하락했지만, 추가 선박 공격 소식이 전해진 뒤 1.5% 반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통행량은 여전히 낮다. 하루 평균 5척 수준이며, 최근 48시간 동안은 3척에 그쳤다.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들은 에너지 가격이 촉발하는 공급 충격을 경고했다. (공급 충격은 전쟁·재난 등으로 공급이 갑자기 줄어 물가와 생산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뜻한다.)
Strait Of Hormuz Risks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은 화상회의를 열어 글로벌 석유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이들은 2026년 6월 하루 18만8,000배럴 증산에 합의했으며, 이는 2023년 4월 처음 발표한 추가 자발적 감산을 완화하는 흐름과 연동된다. (자발적 감산은 의무가 아닌 산유국들의 자율적인 생산 축소를 의미한다.)
이 그룹은 필요하면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2023년 11월의 기존 감산을 되돌리는 선택지도 포함된다. 또한 시장 안정, 협력선언(Declaration of Cooperation) 준수, 2024년 1월 이후 과잉 생산분에 대한 보상 이행 의지도 재확인했다. (협력선언은 OPEC+의 공동 감산·증산 합의 틀을 말한다. 보상은 목표보다 많이 생산한 물량을 이후에 더 줄여 맞추는 조치를 뜻한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 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2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은 유가 움직임과 함께 미국 경제지표도 평가 중이다.
현재 석유시장은 전형적인 ‘줄다리기’ 국면으로, 가격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 브렌트유가 108달러를 웃도는 가운데, 유가 변동성 지표인 OVX가 45 부근으로 높다. (OVX는 원유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계산되는 ‘공포지수’ 성격의 변동성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앞으로 가격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는 향후 몇 주간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계가 반영된 것으로, 방향성보다 ‘큰 움직임’ 자체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핵심 변수다. 이 해협은 평소 전 세계 하루 석유 소비의 약 20%가 통과하는 병목 구간(초크포인트)으로, 통행량이 하루 5척 수준으로 줄어든 현 상황은 갈등이 더 커질 경우 유가 급등 위험을 키운다. (초크포인트는 원유·가스 운송이 집중되는 좁은 통로로, 차질이 나면 공급이 크게 흔들린다.) 2019년 사우디 시설 드론 공격 때 하루 기준 30년 만의 최대 폭 상승이 나타났던 점을 떠올리면, 상방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Opec Supply Plans
한편 OPEC+의 6월 하루 18만8,000배럴 증산 계획은 신호이긴 하지만, 시장에 공급을 쏟아붓는 수준은 아니다. 이는 2024~2025년에 유지돼 온 하루 200만 배럴 이상 규모의 자발적 감산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증가폭이다. (배럴은 원유 거래 단위로, 1배럴은 약 159리터다.) 이들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 점은 수요가 약해지면 증산을 철회할 수 있다는 의미로, 유가 하단을 어느 정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