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였다. 브렌트유(북해산 기준 원유)가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이 커졌고, 미 연방준비제도(Fed·미 중앙은행)가 더 매파적(금리 인상에 적극적인)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도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 수요 파괴(가격 급등으로 소비·수요가 꺾이는 현상) 우려도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지역별 움직임은 엇갈렸다. 한국 원화는 추가 하방 압력을 받았고, 유가에 더 민감한 필리핀 페소와 태국 바트는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유가 공급과 가격이 핵심 변수
중국 위안화(런민비)는 달러 대비로는 약해졌지만,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시장의 핵심 관심사는 여전히 원유 공급과 가격이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 시장이 빠듯해질 수 있고, 유가가 추가로 오를 위험도 커졌다. 이는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핵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봉쇄(군함 등으로 통과를 제한하는 조치)를 연장하는 준비가 거론됐다. CNN은 이란이 조만간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은 유동적이며, 긴장이 완화되고 유가가 내려가면 아시아 통화의 절하(가치 하락) 압력도 줄어들 수 있다.
페어 트레이딩 기회
영향이 통화별로 달라지면서 페어 트레이딩(두 통화를 한 쌍으로 묶어 상대 강약에 베팅하는 거래) 기회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 원화처럼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의 통화는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달러/원 환율(USD/KRW)은 1380원 수준을 시험하고 있다. 태국 바트와 필리핀 페소 역시 유가가 더 오르면 추가 약세에 취약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민감한 통화쌍에서 변동성 매수(큰 가격 움직임에 베팅하는 전략)를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달러/바트(USD/THB) 옵션의 내재 변동성(옵션 가격에 반영된 예상 변동성)은 최근 한 달간 12%를 넘겼지만, 과거 고점보다는 낮아 추가 확대 여지가 있다. 롱 스트래들(콜·풋 옵션을 동시에 사서 어느 방향이든 큰 움직임에 수익을 노리는 전략) 같은 방식이 양방향 급등락에 대응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중국 위안화가 예전처럼 ‘안정적 기준점’ 역할을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른 역내 통화보다 버티는 모습이지만, 중국의 부진한 수출 지표가 위안화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위안화를 조달 통화(금리가 낮아 빌려서 다른 자산을 사는 데 쓰는 통화)로 활용해 다른 아시아 통화를 매수하는 전략은 1년 전보다 위험이 커졌다는 평가다.
지정학적 변수(국가 간 갈등 등)는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주요국 긴장이 완화되는 신호가 나오면 유가가 내려가며 흐름이 빠르게 되돌려질 수 있다. 트레이더는 옵션으로 위험을 사전에 정할 수 있다. 예컨대 달러/페소(USD/PHP)에서 달러 콜 스프레드(행사가가 다른 콜 옵션을 함께 매수·매도해 비용과 손익을 제한하는 전략)를 활용하면 통화 약세가 이어질 때 상승 이익을 노리면서도, 환경이 급변할 경우 지출한 프리미엄(옵션 가격)을 일정 범위로 제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