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가 지정학적 위험 고조 속에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이번 상승은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과 관련된 전쟁권한 결의안(War Powers Resolution) 표결(4월 29일)을 앞두고 나왔다.
이번 표결은 해당 작전이 의회 승인 없는(unauthorised) 단계로 넘어갈지 여부를 결정한다. 헌법상 60일 제한(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행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간)은 5월 1일 종료된다.
지정학적 위험이 브렌트유를 100달러 위로 밀어올려
미국의 움직임은 그 날짜(5월 1일) 이후에도 작전상 재량(operational freedom·군사·정책 선택의 자유)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론되는 위험으로는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해상 통로)에서의 ‘이중 봉쇄(dual blockade·양쪽에서 통항을 막아 공급을 동시에 압박하는 상황)’와, 파키스탄 중재의 미·이란 휴전 회담이 교착(stalled·진전 없이 멈춰선 상태)된 점이 있다.
시장은 전면전이 장기화돼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위협받을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5월 중순 중국에서 열릴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해법(긴장 완화)이 나올 가능성도 함께 반영하고 있다.
내재 변동성(implied volatility·옵션 가격에 반영된 ‘앞으로의 변동 폭 예상’)이 급등했다. 원유 변동성 지수(OVX·원유 옵션 시장의 변동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는 55까지 올라 2022년 공급 차질(major supply disruptions·큰 폭의 공급 중단) 때 이후 처음 있는 수준이다. 이는 옵션시장이 향후 한 달 동안 하루 4~5달러의 가격 변동을 예상한다는 뜻이다. 옵션 매수 비용이 높아진 만큼, 비용을 제한하면서 상승에 베팅하는 콜 스프레드(call spreads·낮은 행사가 콜을 사고 더 높은 행사가 콜을 파는 전략) 같은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표결을 앞둔 포지션과 헤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하루 약 2,100만 배럴(전 세계 공급의 약 20%)을 위험에 놓는다. 1990년 걸프전 당시에도 비슷한 공급 위협이 나타나자 유가는 두 달 남짓한 기간에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런 전례는 현재 시장의 불안과 가격에 반영된 높은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불안 요인 때문에 추가로 붙는 가격)을 뒷받침한다.
파생상품(derivatives·선물·옵션처럼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상품) 시장에서는 상승 쪽으로 쏠림이 기록적이다. 이는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upsider calls·가격 상승 시 이익을 보는 권리) 수요가 하락에 베팅하는 포지션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다. 6월 만기 120달러 콜옵션 가격은 90달러 풋옵션(put·가격 하락 시 이익을 보는 권리) 대비 프리미엄이 3년 내 최고 수준이다. 가격 급등에 베팅한 거래가 몰리면서, 반대로 상황이 바뀔 경우 급락(급격한 되돌림)에 취약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