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스위스 중앙은행) 마르틴 슐레겔 의장은 금요일 열린 SNB 총회에서 중앙은행이 정책금리(중앙은행이 기준으로 삼는 금리)를 조정하고 외환시장 개입(통화가치에 영향을 주기 위해 외환을 사고파는 조치)을 실시하는 데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 분쟁으로 스위스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필요하면 SNB가 통화정책(금리·유동성 등을 조절해 물가와 경기를 관리하는 정책)을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과 개입 리스크
슐레겔 의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스위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쟁으로 인해 외환시장 개입 의지가 커졌다고 밝혔다.
발언 이후 스위스 프랑은 소폭 강세를 보였다. USD/CHF는 0.7860 부근으로 소폭 하락했다.
SNB는 프랑 강세를 지지하기 위해 더 강경한 태도를 시사하고 있으며, 이는 USD/CHF 같은 환율의 상단을 제한(상승 폭을 막음)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USD/CHF의 상승 위험에 베팅하는 옵션을 파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콜 스프레드 매도(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을 팔고, 더 높은 행사가의 콜옵션을 사 손실을 제한하는 방식)를 통해 0.7900 부근에서 상단이 막힐 가능성을 활용하는 접근을 시사한다.
이 같은 시각은 최근 지표에서도 뒷받침된다. 스위스 인플레이션은 3월 1.5%로 소폭 상승했는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돈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다. 옵션시장도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1개월 리스크 리버설(같은 만기에서 ‘상승 베팅 옵션’과 ‘하락 베팅 옵션’의 가격 차이로, 어느 방향 수요가 강한지 보여주는 지표)에서 프랑 강세에 대한 프리미엄(추가 비용)이 지난주보다 커졌다. 이는 시장참가자들이 SNB의 통화 방어(자국 통화가 과도하게 약해지는 것을 막는 조치)에 대비해 포지션을 조정하고 있음을 뜻한다.
금리와 변동성 전망
시장은 SNB가 금리 인하 사이클(연속적인 금리 인하 흐름)을 멈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SNB는 지난달 금리를 1.25%로 내린 직후이며, 에너지 가격에 대한 경고와 ‘제한 없는 대응 여력’은 금리의 방향이 더 이상 하락 쪽으로만 열려 있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향후 몇 주 동안 단기 스위스 금리 스왑(미래 금리 수준을 반영하는 파생상품)의 금리가 재평가(시장가격이 다시 형성되며 상승)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NB는 과거에도 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5년 유로에 대한 프랑의 고정(환율 상한을 사실상 유지하던 정책)을 해제하면서 시장 변동성(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정도)이 급격히 확대됐다. 이런 전례는 개입 경고를 시장이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발언은 당시만큼 급진적이진 않지만, 시장에 경고를 주는 흐름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