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뱅크(Rabobank) 전략가 마이클 에브리(Michael Every)는 이란 관련 분쟁에 대한 자사 기본 시나리오를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장기 봉쇄’로 변경했다. 이 시나리오는 봉쇄가 2~4주 지속되고, 그 기간 원유 흐름 교란이 이어지면서 아시아의 현물(실물 인도)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해당 노트는 긴장을 끝내려는 시도가 오히려 추가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봉쇄 기간 동안 에너지 공급이 더 훼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확전과 공급 충격
보고서는 미국의 이란 경제 봉쇄(무역·금융 거래를 제한해 경제 활동을 압박하는 조치)와, 이에 맞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했다. 또한 미국은 해상에서 ‘경제적 분노(Operation ‘Economic Fury’)’를 강화하고 제재(특정 국가·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정책)를 확대할 계획인 반면, 이란은 봉쇄가 계속되면 이를 무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라보뱅크는 미국의 휴전 연장 이후 화면상 국제유가(거래소에서 표시되는 선물 가격)가 소폭만 하락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되지 않는 한 아시아의 현물 원유 및 석유제품 가격(정유 제품 등)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분석은 이번 지정학적 변화 가능성을 1956년 수에즈 위기(Suez Crisis·주요 해상 통로가 막히며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사건)와 비교했다. 결과 시나리오에 따라 에너지 가격과 더 넓은 자산시장(주식·채권·원자재 등)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새 기본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이 2~4주 봉쇄되는 것으로, 이는 세계 원유의 상당 부분 흐름을 방해할 것이다. 하루 2,000만 배럴 이상이 이 ‘초크포인트(choke point·대체가 어려운 좁은 병목 구간)’를 통과하며, 이는 전 세계 일일 공급의 약 20%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원유 가격은 직접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공급 차질이 이어지는 국면에 대비해 포지션(투자자가 보유한 매수·매도 상태)을 구성해야 한다.
거래와 리스크 포지셔닝
이는 리스크의 ‘재평가(repricing·자산 가격이 새로운 위험 수준을 반영하도록 다시 조정되는 과정)’가 크게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옵션 프리미엄(옵션 가격에 포함된 비용)이 저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 WTI(미국산 기준 유종)보다 중동 공급 항로에 더 직접 노출된 브렌트유(Brent·북해산 기준 유종)를 대상으로 콜옵션(가격 상승 시 이익이 나는 옵션) 또는 콜 스프레드(서로 다른 행사가의 콜옵션을 함께 매수·매도해 비용과 위험을 조절하는 전략) 매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CBOE 원유 변동성 지수(OVX·원유 옵션 가격에서 계산한 ‘시장 예상 변동성’ 지표)는 이미 50을 웃돌았고, 군사적 확전 위험이 높은 만큼 추가 상승을 예상했다.
원유 선물의 화면 가격이 현물시장의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에서 현물 배럴의 프리미엄(현물 가격이 특정 기준 가격보다 더 비싼 정도)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당장 인도 가능한 물량이 선물가격이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빠듯하다는 신호다. 이런 괴리는 현물-선물 스프레드(현물가격과 선물가격의 차이)를 거래하는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봉쇄를 깨기 위한 군사적 확전 위험이 매우 높아 거래 환경이 불안정하다고 봤다. 해군의 직접 충돌을 시사하는 헤드라인만으로도 원유와 다른 자산 가격이 급격히 출렁일 수 있다. 명확한 긴장 완화 경로가 나오기 전까지 변동성 숏(가격 변동이 줄어들 것에 베팅하는 포지션)은 위험이 크다는 평가다.
2025년 말의 경미한 해운 차질만으로도 며칠 사이 5~7%의 일시적 가격 급등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나리오는 훨씬 더 심각하고 장기화될 수 있어, 시장 반응도 더 크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 이슈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