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수요일 배럴당 89.10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장중에는 3주 저점인 85달러 근처까지 밀린 뒤 당일 기준으로는 보합권을 유지했다. 시장은 중동 긴장과 미국-이란 간 대화 가능성을 함께 저울질하며 89달러 안팎에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수일 내 중동에 수천 명 규모의 추가 병력을 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조치는 테헤란(이란 정부)에 대한 압박을 높이면서 합의를 이끌기 위한 계획의 일부라고 전했다.
워싱턴과 테헤란의 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갈등이 곧 끝날 수 있으며, 현재의 2주 휴전(일정 기간 교전을 멈추는 합의)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일 내 긍정적인 발표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매체는 파키스탄 대표단이 워싱턴의 메시지를 들고 테헤란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휴전 만료 전에 이르면 이번 주 2차 협상이 열릴 수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하며 이란 관련 해상 교역을 제한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군 통합 지휘부) 지휘관은 미군이 이란으로 오가는 해상 경제 교역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에 맞서 페르시아만과 오만해 전역에서 수입·수출을 막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닫히면 세계 경기침체(전 세계 경제가 동시에 위축되는 상황)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원유 운송이 정상화되기까지 60~150일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엇갈림과 매매 전략
WTI는 현재 배럴당 82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급 과잉(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도는 상황) 우려와 남중국해에서의 지정학적 위험(국가 간 갈등이 시장에 주는 위험)이 맞물리며 가격이 한쪽으로 기울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최근 제조업 지표가 예상보다 약해 향후 에너지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신호도 나왔다. 수급 불안과 지정학 리스크가 상쇄되며 시장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2025년 미국과 이란의 대치 국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당시 WTI는 89달러 부근에서, 미군 증강 보도와 막판 외교 타결 기대 사이에 끼어 단기간 뚜렷한 추세를 만들지 못했다. 협상에서 명확한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은 방향에 베팅하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방향과 무관하게 큰 변동에서 이익을 노리는 옵션 전략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롱 스트래들(long straddle)’은 같은 행사가(정해진 매매 가격)로 콜옵션(가격 상승 시 이익이 나는 권리)과 풋옵션(가격 하락 시 이익이 나는 권리)을 동시에 매수하는 방식이다. 만기(계약이 끝나는 시점) 전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크게 내리면 수익 가능성이 커진다.
CBOE 원유 변동성 지수(OVX·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가격 변동 폭에 대한 시장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는 38까지 올라 연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시장 긴장을 반영한다. 특히 미 EIA(미국 에너지정보청)의 최신 보고서에서 재고가 210만 배럴 증가(예상 밖 재고 증가)했음에도 변동성이 확대된 점은, 시장이 주간 수급보다 지정학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교착이 이어져 가격이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본다면, 횡보장에서 수익을 노리는 전략도 검토할 수 있다. ‘아이언 콘도르(iron condor)’는 콜 스프레드(상승 구간을 제한한 옵션 조합)를 팔고 풋 스프레드(하락 구간을 제한한 옵션 조합)도 함께 파는 전략으로, 원유 가격이 특정 범위 안에 머물면 이익이 나는 구조다. 단기적으로 지정학 불안과 경기 둔화 신호가 서로를 상쇄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
2025년 위기 국면을 보면 WTI는 수주 동안 85~92달러의 좁은 범위에서 움직이다가, 외교적 돌파구 이후 78달러 쪽으로 급락했다. 따라서 투자자는 여러 압력 중 한쪽이 약해지는 신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촉매로는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 산유 회의와 다음 주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지표 발표가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