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올리 렌은 중동의 에너지 생산 인프라가 훼손될 경우, 분쟁이 가장 격렬한 국면을 지난 뒤에도 영향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긴급(급성) 국면이 끝나더라도 수리와 재건 작업이 오랫동안 계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렌은 올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전체 소비자물가로, 변동이 큰 에너지·식료품 가격을 포함한 물가)’ 상승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중기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국가들의 경제권) 물가가 앞으로 어떤 경로를 밟을지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책 경로는 여전히 불확실
그는 기준금리 결정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고 재차 강조하며, ECB는 ‘데이터 의존(경제지표에 따라 금리 등 정책을 조정하는 방식)’ 원칙에 따라 정책을 운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분쟁은 유럽의 ‘그린 전환(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등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것)’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전환 속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렌의 발언은 외환시장에 즉각적인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유로/달러(EUR/USD)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해 화요일 0.17% 오른 1.1780 부근에서 거래됐다.
최근 중동 에너지 인프라 피해로 올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렌트유(국제 유가의 대표 기준)는 변동성이 컸고, 지난달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았다가 현재 105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선물에 대한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매수는 추가 공급 충격에 대비하는 직접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향후 수주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큰 물가 압력에 시장의 관심을 즉각적으로 집중시킨다.
ECB는 계속 데이터 의존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는 기준금리 결정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2026년 3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2.9%로 소폭 상승해 하락 흐름을 깨는 모습이 나타났고, 시장은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70%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2025년 말 예상보다 중앙은행이 더 강하게 대응할 위험에 대비해 단기 금리 선물에 대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매수로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레이더를 위한 변동성 전략
에너지 가격과 통화정책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은 ‘변동성(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정도)’ 확대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2022년에도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해 자산 가격이 크게 출렁인 사례가 있었다. 주요 통화쌍이나 주가지수에서 핵심 물가 발표를 앞두고 스트래들(같은 행사가격의 콜·풋을 동시에 매수하는 전략) 또는 스트랭글(서로 다른 행사가격의 콜·풋을 동시에 매수하는 전략)을 활용하면,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수익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며 1.1780 수준을 향하는 흐름은, 시장이 ECB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국 중앙은행)보다 더 ‘긴축(금리 인상·유동성 축소 등으로 돈의 흐름을 조이는 정책)’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소 완화된 흐름을 보인 점과도 맞물린다. 따라서 콜 스프레드(낮은 행사가격 콜을 매수하고 더 높은 행사가격 콜을 매도해 비용과 위험을 제한하는 구조)처럼 상승 전망을 반영하되 위험을 제한한 전략을 EUR/USD에 적용하면, 추세를 따라가면서도 급격한 되돌림에 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