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유가가 현재 미 달러와 다른 주요 G8(주요 8개국) 통화 움직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밝혔다. 최근 달러와 유가의 동조화(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가 강화됐는데, 이는 공급 차질(공급이 갑자기 줄어드는 충격)과 안전자산 선호(불확실성이 커질 때 달러 같은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 흐름과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HSBC는 향후 시장 방향이 호르무즈 해협(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이 집중되는 핵심 해상로)에서의 선박 운항 차질 여부와 유가 흐름에 달려 있다고 봤다. 또한 지정학적 위험이 커졌다 줄었다를 반복하면 시장이 위험회피(리스크를 줄이고 안전자산으로 이동)와 위험선호(주식·고위험 자산 선호) 사이를 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달러 연계 강화
HSBC는 유가 하락이 순에너지 수입국(에너지 수입이 수출보다 많은 국가)의 부담을 덜어 위험선호를 지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위험선호 통화가 안전자산 통화보다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엔화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있다고 봤고, 달러/엔(USD/JPY)이 158~162 구간에 있을 때 일본 당국의 시장개입(환율 급변을 막기 위해 정부·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매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안정되면 단기적으로 순수입국의 부담이 줄 수 있으나, 경기침체(경기가 위축되는 현상) 위험은 크지 않은 대신 재정 우려(정부 부채·적자에 대한 걱정)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외환시장이 박스권(뚜렷한 방향 없이 일정 범위에서 등락) 흐름을 보이되 달러 쪽으로 약하게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HSBC는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가스 물류 차질이 장기화되면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안전자산 수요가 늘며, 순수입국은 교역조건(수출가격 대비 수입가격의 상대적 수준) 악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달러-유가 연계가 약해지면 분쟁 이전의 외환 기본여건(금리·성장률·물가·경상수지 같은 기초 변수)이 다시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했고, 미 연준(Fed)은 금리 인상 국면이 아니며 전반적으로 매파(긴축 선호,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태도)로 기울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장 점검 포인트
분쟁이 2025년 말 이후 격화되면서 달러와 유가가 더 가깝게 움직였다는 평가다. 최근 브렌트유(서유럽산 기준유로 국제유가의 대표 지표)가 배럴당 98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달러 인덱스(DXY·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가 106을 웃돈 점은 에너지 공급 우려와 달러 안전자산 수요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고 HSBC는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대부분 기간과는 다른 흐름이라는 진단이다.
물류 차질이 길어지면 유로존과 일본처럼 순에너지 수입국에 불리하다고 봤다. 2026년 1분기 자료에서도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수입 비용이 늘어난 흐름이 확인되며, 이는 유로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유로/달러(EUR/USD) 약세가 더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을 정당화할 만한 긴장 고조 신호가 나오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엔화는 특히 약하지만, 달러/엔이 159를 상회하는 만큼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5년 말에도 160 안팎 수준에서 일본 당국이 개입에 나선 전례가 있어, 엔화 약세 지속에 베팅(특정 방향으로 포지션을 잡는 거래)하기가 쉽지 않으며 당국 조치가 나오면 환율이 급반전할 수 있다는 이유다.
유가와 달러의 동행 관계가 깨지기 시작하면 과거의 시장 패턴이 돌아오는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유가가 지난해 말의 85달러 수준으로 다시 내려가면 위험선호가 살아나고 원자재 통화(호주달러·캐나다달러처럼 자원 가격에 영향을 받는 통화)에 유리할 수 있다. 이를 가늠할 신호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 지속적으로 평온하게 통과하는지 여부를 꼽았다.
또한 달러의 전반적 강세를 제한할 요인도 있다고 봤다. 미 연준은 금리를 올리고 있지 않고, 3월 물가(인플레이션) 지표가 3.1%로 다소 높게 나왔더라도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긴축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기조는 지정학 우려가 완화될 경우 달러 랠리(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