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7,754억달러에서 7,675억달러로 줄었다.
이번 변화는 최신 보고 기간 동안 79억달러 감소에 해당한다.
보유액 감소는 루블화 방어가 본격화됐다는 신호다.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루블)가 약세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화를 팔아 환율을 떠받치고 있다는 뜻이다. 2026년 1분기에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이제는 부담이 실제로 커지기 시작한 정황이 보인다. 즉, 경기와 재정 등 기초 여건(펀더멘털) 압력이 커지면서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달러/루블(USD/RUB) 환율은 수개월 동안 105~110의 이례적으로 좁은 범위에서 움직였지만, 이번 조치는 ‘관리변동환율제(시장에 맡기되 필요 시 당국이 개입해 범위를 관리하는 방식)’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루블 관련 옵션에서 ‘내재변동성(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변동 폭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은 이번 주에만 19% 저점에서 24%로 뛰었다. 이에 따라 USD/RUB에서 ‘외가격(out-of-the-money) 콜옵션(현재 환율보다 더 높은 행사가격의 매수권으로, 큰 상승이 나올 때 수익이 커질 수 있는 파생상품)’ 매수를 통해 115를 넘는 급등 가능성에 대비하는 전략이 거론된다.
압박의 배경으로는 원자재 가격 하락 가능성이 크다. 브렌트유는 2025년 4분기 배럴당 95달러를 웃돌던 수준에서 82달러로 내려왔다. 이는 국가 재정 수입 감소로 이어지며,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외화) 흐름도 약해진다. 그 결과, 예산 구멍을 메우고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에 더 의존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2024년 말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일정 기간 환율을 관리하며 안정적으로 보이던 국면 뒤에, 개입 비용이 커지자 갑작스러운 평가절하(통화 가치가 한 번에 크게 떨어지는 것)가 나타났다. 당시 옵션으로 변동성에 투자한 참여자들은 급변 국면에서 큰 수익을 얻었다. 현재 상황도 그때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며, ‘롱 변동성(변동성 확대에 베팅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