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성(MOF)의 대외(국경 간) 자금 흐름 데이터에 따르면, 3월 일본 투자자들은 외국 채권을 대규모로 순매도(매도액이 매수액을 초과)했다. 이는 3월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의 급락(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과 맞물린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일본 투자자들은 3월 외국 채권을 3조7,570억엔(3,757bn JPY) 순매도했다. 2월 순매도 3조4,220억엔(3,422bn JPY)에 이어 2개월 합계 7조1,790억엔(7,179bn JPY)으로, 해당 기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로 평가됐다.
역대급 외국 채권 매도 요인
이번 매도는 주로 은행과 생명보험사(장기 운용 자금을 가진 보험사)에서 나온 것으로 지목됐다. 요인으로는 △회계연도 말(일본은 통상 3월 결산) 포지션 조정(보유 자산 비중을 맞추는 거래) △예상보다 높았던 달러/엔(USD/JPY) 환율 수준과 강한 상승 흐름에 따른 차익 실현(수익을 확정하는 매도) 등이 거론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새 회계연도 시작 이후 외국 채권 매수가 재개될지로 옮겨가고 있다. 향후 공개되는 재무성의 주간 자금 흐름 데이터를 통해, 수요가 일본 국내 채권시장(국채 등)으로 이동하는지 판단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당시에는 일본 국채(JGB)로의 뚜렷한 자금 이동 증거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투자자들은 2~3월 회계연도 종료를 앞두고 외국 채권을 기록적인 규모로 처분했다. 이는 달러/엔 환율이 매우 높은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 수익을 확정하고, 포트폴리오(투자자산 구성)를 재조정하려는 필요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 회계연도 초입에서 핵심 변수는, 이 자금이 다시 해외시장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국내에 머물지 여부다.
이번 국면이 과거와 다른 점은 국내 투자 대안의 매력이 커졌다는 데 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 정책(기준금리를 0% 아래로 두는 정책)을 공식 종료했다. 근원 물가(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물가)가 2%를 웃도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일본 국채 금리(채권 수익률)가 상승하고 있다. 현재 10년물 JGB 금리는 1%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10여 년 만에 보기 어려웠던 수준으로, 외국 채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화 환율과 옵션에서 볼 포인트
파생상품(기초자산 가치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상품)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엔화의 ‘변곡점’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일본 자금이 미국 국채(US Treasuries) 대신 JGB를 매수한다면, 엔화 매수 수요가 지속돼 달러/엔 환율을 낮추는(엔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흐름 전환의 신호는 재무성의 주간 자금 흐름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옵션시장(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팔 권리를 거래하는 시장)에도 기회를 만든다. 달러/엔 옵션의 내재 변동성(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변동 폭’ 기대치)이 서서히 오르고 있는데, 이는 시장이 향후 몇 주 동안 평소보다 큰 폭의 움직임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뜻한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이어진 ‘완만한 엔화 약세’ 흐름이 도전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5년 같은 시기에도 연말(회계연도 말) 대규모 매도 이후 새 회계연도 초반에 매수가 조심스럽게 재개되는 패턴이 나타난 바 있다. 다만 현재는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이 보다 신뢰할 만한 형태로 확인되면서, 해외에서 회수된 자금이 국내로 재투자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점이 차이로 꼽힌다. 또한 달러/엔 현물환(즉시 결제되는 환율)이 158을 웃도는 높은 수준에 머물러,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는 장치) 없이 해외 투자에 나서는 것이 비용 부담이 크고 위험하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