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시나리오와 시장 반영 수준
충돌이 장기화되면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리고 유럽과 영국의 금리(중앙은행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유가가 10% 오르면 12개월 동안 EU/영국 GDP(국내총생산,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재화·서비스의 총액)는 0.1~0.2% 감소하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은 0.3~0.4%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상황은 공급 쇼크(물량이 부족해지는 충격)라기보다 가격 쇼크(가격이 급등하는 충격)로 설명된다. 유럽의 에너지 여건은 LNG(액화천연가스, 가스로 운송하기 어렵기 때문에 액체로 만들어 실어 나르는 천연가스) 수입 확대, 저장(비축) 증가, 가스 사용량 약 20% 감소로 이전과 달라졌다. 2022년에는 GDP의 약 3%에 가까운 재정 패키지(정부가 재정지출·감세로 내놓는 지원책)가 대응으로 시행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충돌이 이어지는 위험을 시장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측시장도 2026년 4월까지 휴전 가능성을 40%로만 본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브렌트유 배럴당 65달러 전망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해 보인다. 최선의 경우에도 새로운 하단은 70~75달러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충돌 장기화 시 유가가 150달러를 웃돌 수 있는 상방 위험은 현재 시장 포지션(투자자들이 미리 잡아둔 매수·매도 방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EIA(미국 에너지정보청, 미국 정부 산하 에너지 통계·분석 기관) 자료에서는 전 세계 원유 재고(저장된 물량)가 5주 연속 감소해, 큰 차질이 발생하기 전부터 시장이 타이트(여유 물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기 쉬운 상태)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몇 주간 발생할 수 있는 가격 쇼크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브렌트유와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미국 대표 유종) 선물에 대한 장기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매수가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인플레이션과 헤지 전략
이 같은 가격 압력은 물가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지며, 특히 유럽과 영국에서는 유가 10% 상승이 물가상승률을 최대 0.4% 끌어올릴 수 있다. 유로스타트(Eurostat, EU 통계기관)가 발표한 2026년 2월 잠정 CPI(소비자물가지수,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는 2.8%로 상승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스왑(미리 정한 물가 수준에 따라 서로 지급액이 바뀌는 파생상품으로, 물가 상승 위험을 줄이는 데 사용)이 중앙은행의 대응 위험에 대한 헤지(위험을 줄이기 위한 거래) 수단이 될 수 있다.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처럼, 물가가 고착화되면 중앙은행은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계획을 접고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밖에 없었다. 유럽은 당시보다 공급 쇼크에 대한 내성이 커졌지만, 유가가 새로 높아진 수준에서 유지되면 ECB(유럽중앙은행)와 영란은행(BOE)은 계획했던 금리 인하를 미루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금리선물(미래 금리 수준에 베팅하는 선물상품)을 활용해 매파적(긴축 선호) 방향을 반영하는 포지션을 고려할 만하다.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커진다.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할 때 드는 선박 보험료(해상 운송 중 전쟁·사고 등 위험을 보상하는 비용)는 지난주에만 추가로 15% 급등해, 실물 경제의 마찰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 유럽 주요 지수에 대한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매수로 방어하거나, 변동성(가격 등락의 크기)에 대한 노출을 늘리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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