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신호와 포지셔닝
TD증권은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중국 상하이의 선물거래소) 금 시장의 최대 거래자들이 롱 포지션(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매수 포지션)을 소폭 줄였다고 밝혔다. 또 1월의 ‘이례적 대규모 매수’ 이후 개인(리테일) 수요가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유입이 부진한 배경으로는 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 ② 중동 국가들의 금 매입 감소 ③ 기관투자가의 광범위한 보유를 제시했다. 기관 보유와 관련해서는 13F 공시(미국에서 일정 규모 이상 기관투자가가 분기마다 보유 주식을 보고하는 서류) 분석을 근거로, 대다수 기관이 이미 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지정학적 충격에도 금의 안전자산 매수(위기 시 자금이 몰리는 매수)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장의 관심은 글로벌 분쟁보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더 쏠려 있다는 설명이다. 2026년 2월 근원 CPI(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소비자물가지수)는 3.1%로 높게 유지되며, 시장에서는 최소 3분기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반영하고 있다. TD증권은 이런 배경에서 자금이 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량도 위기 국면이라기보다 한산한 여름철처럼 보인다고 했다. 대표 금 ETF인 SPDR Gold Shares(GLD·금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는 2026년 첫 두 달에만 15억달러 이상 순유출(유입보다 유출이 큰 상태)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대형 자금과 개인 매수세가 신규로 붙지 않으면서 가격 상단이 막힌다는 해석이다. 파생상품(기초자산 가격을 바탕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상품) 거래 측면에서는 횡보 또는 하락에 유리한 전략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봤다. 금이 온스당 2,25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는 상황에서, 외가격 콜옵션(현재 가격보다 더 높은 행사가격의 콜옵션으로, 상승해야 이익이 나는 옵션)을 매도하거나 2,300달러 저항선(상승이 막히기 쉬운 가격대) 위에서 베어 콜 스프레드(높은 행사가의 콜을 매도하고 더 높은 행사가의 콜을 매수해 상단을 제한한 하락·횡보 베팅)를 구축하는 방식이 정체된 가격 흐름에서 프리미엄(옵션 가격)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참여가 낮아 연준 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금 가격에 대한 시사점
TD증권은 현 환경이 2022년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당시 전쟁 프리미엄(전쟁 위험으로 붙는 추가 가격)은 초기 이후 빠르게 사라졌고, 시장의 초점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돌아갔다. 2025년까지 강한 매수를 이끈 ‘화폐가치 훼손(debasement) 서사’(통화 공급 확대 등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져 실물자산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달러가 강하면 이자·배당이 없는 금(무이자 자산)을 보유할 유인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또 금은 더 이상 일부 투자자만 들고 있는 자산이 아니라며, 대형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이미 필요한 만큼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폭넓은 보유는 하방을 받쳐주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신규 매수자가 몰리며 나타나는 급등 랠리 가능성은 제한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향후 수주간 가격 변동은 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TD증권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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